현대중공업 노조가 올 임금과 단체협상을 모두 회사에 ‘백지위임’ 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4년간 무분규 노사협상 타결 기록을 세운 데 이어 노조 설립 36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회사 측에 백지위임 하기로 공식 결정함으로써 다른 대형 사업장의 노사협상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 오후 울산시 동구 전하동 본사 체육관에서 진행된 조합원 설명회를 통해 올해 노사협상을 회사 측에 일임한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설명회에서 노사협상을 백지위임 하는 대신 ▦3년간 고용보장 ▦외주물량 전면 재검토로 축소 ▦사내 협력업체 사원들의 불이익 방지 등을 조건부로 내걸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노사협상안을 오는 25일 오후에 열리는 임시대의원대회에 상정해 전체 대의원 182명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올해 노사협상안으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노조는 또 대의원 대회에서 통과되는 즉시 회사 측에 올해 노사협상안을 전달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일부 노조원들의 반대 의견도 있으나 현재의 심각한 경영위기 속에 회사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위기 압도적이서 대의원대회 통과가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이날 조합원 설명회에서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백지위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전단을 살포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서 한때 설명회장이 술렁이기도 했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이 노조집행부의 ‘백지위임 불가피성’에 공감하는 분위기 속에 무사히 설명회를 끝마쳤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는 삼성중공업 노조와 미포조선 노조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등 현대중공업 노조가 추진 중인 노사협상 백지위임에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