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위기 대비책/윤계섭 서울대 교수·경영학(시론)

우리 경제에 외환위기가 닥칠 것인가. 최근들어 무역수지면에서 수출이 계속 신장하고 수입은 감소추세로 돌아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따라 올 경제성장은 6%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도 해외에서는 우리경제에 대한 인상이 그리 밝지가 않다. 이곳 런던 금융시장에서는 한보·기아 등 대기업들의 부도사태에도 불구, 거래는 끊기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금융시장에서 외화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런던으로 몰려 한국 관련 채권이 폭락하고 있는 상황이다.한국 최대기업의 전환사채는 런던 은행간금리(LIBOR)에 1.5∼2%가 가산되어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금리는 지난 73년 석유위기 당시 최대 외환위기를 겪었던 「일본금리」(Japanese Rate)라고 불리던 고금리다. 더구나 중견기업들의 전환사채는 금리와 상관없이 거래가 끊겼다. 우리나라에서 금액·시기·금리와 상관없이 조달하는 자금이 이제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금융기관들에 대한 불신으로 한국 우량기업의 자금조달가능성이 은행보다 높아지는 이상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채권이 폭락하고 유동성이 최악의 상태가 되면 우리나라라고 해서 동남아 국가와 같은 외환위기가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가 발표한 금융안정대책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방침을 혼란시켜 아예 손을 놓게 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모든 금융기관을 동원, 외자를 조달하도록 하고 있으나 과거에 종합금융들이 몰려 나가서 조달금리를 올려 놓았듯이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에 정부가 할일은 시장원리를 명확하게 이해, 돌아가지 않는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일이다. 정부는 시장경제를 시장불개입으로 착각하고 있으나 지금은 정부의 보증이라는 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으로 개입할 일이 없어졌다고 주장하지만 정책수립과 집행이라는 할 일이 있다. 문제는 한국계 채권의 주요매수처였던 한국계은행들이 지난 몇개월동안 매수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에 큰 문제가 생긴것으로 보고 매도를 하고 있고 시장조성기관(Market Maker)은 시장조성을 중단해서 혼란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때 시장 조성자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상황을 급반전 시키기 위해서 하루 5억달러 내외의 급매물을 전부 회수해 버리면 시장심리가 안정돼 잠재 매도고객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신규로 매수세력(Bargain Hunting)이 생겨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그 후에 신용등급이 좋은 국내기관을 동원해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 외환보유액을 늘리면 외환위기는 해소될 것이다. 매수자금이 없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외환보유액이라도 활용해야 한다. 지난달 쓸데없이 1달러당 9백원선을 방어하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풀어 외환시장 조작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환율을 당분간 그대로 놔두어 금리를 안정시키면 장기적으로 자본유입은 증대할 것이다. 우리는 외국의 핫머니를 우리손으로 끌어들여 멕시코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외환 자유화가 충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멕시코나 태국과 같은 외환위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최근의 무차별한 자금조달은 단기성자금을 증대시켜 외환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환율인하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의 상대가 일본이라는 사실을 인식, 같이 움직이거나 더욱 하락시켜 수출을 증대시켜야 한다. 우선 국가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추가부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조속히 정리, 국내외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의 급선무는 실현가능성이 없는 선거공약이 아니라 경제안정이라는 사실이다.<런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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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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