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걸려 사망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CJD는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뚫려 뇌기능을 잃게 되는 전염병으로 그동안 CJD 증상만으로 ‘의사(유사) CJD’ 진단을 내린 경우는 있지만 생체검사를 통해 CJD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질병관리본부와 한림대의대 김윤중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7월 정신이상, 운동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의 생체조직을 꺼내 동물실험을 한 결과, 국내 첫 ‘의인성 CJD’ 환자로 최종 판명됐다. 김 교수는 이런 내용을 지난 7월 바로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으며, 관련 논문은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11월호에 발표했다.
CJD는 광우병이 사람한테 전염돼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CJD’, 수술 등을 통해 사람에게서 전파되는 ‘의인성 CJD’, 자연적인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산발성 CJD’, 유전에 의한 ‘가족성 CJD’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이번에 발병한 의인성 CJD는 감염 후 잠복기간이 20여년 이상으로 길지만, 발병 이후에는 생존기간이 1년 정도로 짧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지금까지 20개국에서 4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대부분의 감염원인은 사망자의 뇌 경질막 이식, 뇌하수체 호르몬 이식, 각막 이식, 신경외과의 감염된 수술 장비 등이다.
논문에 따르면 이번 환자의 경우도 23년전인 1987년 뇌종양의 일종인 뇌수막종으로 절제술을 받고 이곳에 다른 사망자의 뇌조직을 원료로 한 경질막을 이식한 뒤 CJD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질막은 온몸의 감각과 운동 등의 활동을 통제하는 중추신경계를 싸고 있는 3개의 뇌막 중 가장 바깥쪽에 있는 막이다.
뇌수막종 수술 후 뇌경질막을 다시 이식하는 것은 보통 수막종이 뇌경질막에 발생하기 때문에 함께 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추적결과 이 환자는 CJD에 감염된 줄도 모른 채 20여년을 지내다 2010년 6월 몸에 힘이 약해지고 왼쪽 얼굴과 오른쪽 발가락에서 감각장애가 나타나는 등의 운동장애, 간대성근경련(근육의 일부 또는 전체에 나타나는 갑작스런 수축현상) 등이 나타난 후에야 대학병원에 보내졌다. 당시만해도 뇌-자기공명영상(MRI)에서 눈에 띌만한 점은 없었다.
그러나 그 때부터 1년 후 사망 시점까지 환자의 증상은 급격히 악화됐다. 의료진은 공포증, 심한 감정변화, 불면증, 환각증, 복시 등이 이 환자의 대표적 증상이었다고 보고했다.
김윤중 교수는 논문에서 “환자의 뇌 전두엽 영역에서 생체 조직검사를 한 결과 프리온 단백질의 침전이 확인됐다”며 “라이요두라(Lyodura)라는 제품의 뇌경질막을 이식 받은 뒤 CJD에 감염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특히 사망 환자의 뇌경질막을 추출해 동물의 뇌에 이식하는 실험을 통해 이 제품이 CJD 감염의 원인이었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라이요두라는 지금도 뇌수술 등에 사용되고 있지만 사망자의 뇌조직을 이용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소의 뇌경막 조직을 이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본부는 추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 CJD 환자에 대한 대대적인 역학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망 환자가 제품을 이식한 1987년을 전후해 국내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이식사례, 제품 사용현황, 환자 발생 및 사망 여부 등을 역추적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