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시장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으로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한국돈을 주고 달러를 사는 매도환율이 22일 7년여 만에 1달러당 1,000원의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서 980원대에서 거래됐다.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돌파와 원ㆍ달러 환율 1,000포인트 붕괴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여건이다.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입은 주가상승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수출시장의 가격경쟁력의 원천인 원화환율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들은 일단 원ㆍ달러 기준환율 기준으로 1,000원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후 950원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진단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자금시장부 과장은 “정부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에 소극적이어서 하락추세를 멈추기에는 역부족”이라며 “950원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영석 하나은행 자금운용부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1,005~1,010원 정도가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상칠 국민은행 외화자금팀 과장은 “환율이 1,000원대에서 공방을 벌이다 하락하면 950원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로의 외화자금 유입이 환율급락 추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병돈 조흥은행 외환딜링팀장은 “무역수지 흑자, 외국인 주식매수 등으로 이달에만 1조원 가까운 달러가 유입됐다”며 “심리적으로 위앤화 평가절상에 대한 압박감도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외국 투자자본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향후 6개월 이내에 원ㆍ달러 환율이 1달러당 975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원화가치 상승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외국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유입도 원화강세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은행 외환딜러들은 최근의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 과도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급속한 환율하락이 수급에 따른 것이지만 정부의 시장개입마저 적극적이지 않아 급락을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의 노 과장은 “옵션 트리거 물량과 중공업ㆍ전자 등 업체들의 네고물량이 많이 나왔다”며 “정부가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면서 적극적인 개입을 자제하는 것도 환율이 과도하게 떨어진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의 김 팀장도 “정부가 금리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외평채 발행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3~4월을 기점으로 환율이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하나은행의 조 팀장은 “3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배당금 규모가 무려 40억~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미국기업이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환율은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 참여를 시사하면서 북한 핵무기 개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든 것도 환율상승의 외부적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의 홍 과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측하지 못했던 경우에만 반영될 것”이라며 “이미 북한의 핵보유 선언 등은 알려진 재료로 외환시장은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ㆍ엔 환율의 하락과 관련,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관찰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원ㆍ엔 환율의 하락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일본제품에 대한 수출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내구재ㆍ중간재 등의 단가가 싸지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에서 무역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