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미국 글로벌 리더십 평가받을 금리인상

中 등 신흥국 급부상했지만 美 '달러 패권' 여전히 건재

자국 이익만 집착해선 안 돼

전세계 경제 안정·회복 위해 대승적 리더십 발휘 나설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6~1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인지가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연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점을 기정 사실화해왔다. 각국의 통화당국이나 국제금융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에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다. 최근 잭슨홀 미팅에 참여한 여러 나라 중앙은행 대표들이 연준이 예정대로 금리를 인상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과 세계경제 전반의 안정에 일차적인 관심을 갖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은 연내 미국금리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결정을 할 때 일차적으로 고려하는 중요한 요인은 미국 의회로부터 부여 받은 책무일 것이다. 그것은 곧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두 가지 통화정책 목표다. 이에 기초해 연준은 현실적으로 2% 물가상승률과 5% 실업률을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이보다 높고 실업률이 낮으면 연준은 금리를 올려 경기를 냉각시키려 하고 반대의 경우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 최근 미국 경제는 3%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나 실업률은 목표치에 못 미친다. 이런데도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려는 이유는 2008년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0%의 실질적인 기준금리가 경기를 과열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상승할 때 금리를 올리고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날 때 금리 인하 카드를 쓸 수 있도록 대비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달러의 세계적 위상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표시 자산을 내다 팔고 다른 강세 통화 표시자산을 매입한다. 거꾸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표시 자산을 보유하려 한다. 미국 통화당국은 당연히 미국 달러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강화시키려 한다. 그러나 달러의 위상은 달러의 가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들이 달러를 무역결제나 외환보유의 수단으로 기꺼이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세계시장에 달러를 적절히 공급하고 외환위기국들을 적절히 지원해야 한다. 달러의 공급은 너무 부족해도 곤란하고 지나쳐도 곤란하다. 미국이 외환 금융위기를 겪는 나라들에 달러를 공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소위 탈달러화 현상이 나타난다.

관련기사



오늘날 세계경제는 고도로 통합돼 있다. 미국 혼자만 독야청청 잘 나갈 수 없다. 다른 나라 경제들이 위기에 빠지면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기 마련이다.

저명한 경제사학자인 찰스 킨들버거는 1929년 세계 대공항이 발발한 이유를 당시 패권경쟁을 벌이던 영국과 미국이 모두 세계경제 안정에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쇠퇴하던 영국은 세계경제를 이끌 능력이 없었고 부상하던 미국은 그럴 의향이 없었다. 이러한 리더십 공백이 세계경제를 대공항에 빠뜨렸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유로의 등장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부상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아직 미국을 대체할 세력이나 국가는 등장하지 않았다. 주요2개국(G2)으로 불리는 중국도 아직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마저 자국의 이익에만 집착해 세계경제를 돌보지 않는다면 세계경제는 또다시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일으켜 세계적 '대침체'를 가져왔으며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정책으로 위기극복의 비용을 상당 부분 외부로 떠넘기며 경제회복에 성공했다. 이제 미국이 세계경제의 안정과 회복을 위해 자본을 공급하고 국내시장을 제공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차례이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