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김정일 사망 이후] "北, 체제 안정위해 경협 절실… 국내기업들에 새 기회될 것"

경제 전문가 긴급 좌담 '김정일 사후 北 체제 변화와 한국경제'<br>中의존 분산위해 南측과 협력회복 나설 가능성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심남섭 무역협회 남북교역전문역

최명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서울경제신문이 20일 '김정일 사후 북한체제의 변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긴급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북 '핵폐기 카드' 앞세워 경제지원 유도 노력할듯
철도·발전소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원조 형태로 경협 범위 광역화해가야
지정학적 리스크 이미 반영 외국인 금융시장 투자… 트렌드 자체엔 변화 없을듯
증시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 장기적으론 호재 될수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라는 이중 악재에 북한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실물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정권은 체제안정을 위해 경제협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경제와 기업에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단기적으로 외국인들의 자금이탈이 나타날 수 있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실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경제신문은 20일 '김정일 사후 북한체제의 변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최명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심남섭 한국무역협회 남북교역전문역이 참석해 ▦북한 사태가 한국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향후 남북 경제교류의 방향성 ▦외국인 투자가들의 동향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경제교류가 사실상 마비됐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 경제교류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강 교수=이명박 정부 초기만 해도 남북관계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오리무중의 경색국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후 내부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군사적 도발을 통해 내부결속을 다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협력을 통한 경제 살리기로 결속을 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경제협력의 파트너가 중국이냐 한국이냐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확실한 것은 인민들에게 먹고 살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고 이를 위해서는 남북 경제협력 외에 대안이 없습니다.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 연구원=북한의 대외경제 관계를 보면 일종의 '의존의 균형'을 추구했던 것 같습니다. 한쪽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의존을 분산시키는 패턴이지요. 지금은 그 의존이 중국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남측과의 협력을 회복하는 조치가 있지 않을까 추론할 수 있습니다. ▦심 전문역=남북 양측의 개방확대는 불가피합니다. 우리의 경우 국민들 사이에서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반감이 심하기 때문에 정부도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후계구도가 어느 정도 안착되면 인민들에게 줄 '떡'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개방이 필요할 것입니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체제보다 폐쇄적으로 흐를 가능성은 없을까요. ▦강 교수=남북한 관계가 이미 닫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폐쇄적이 된다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최 연구원=북한 입장에서 경제협력이 절실하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문제는 태도변화의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입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폐기하기보다 '제한된' 핵 폐기라는 카드를 가장 비싸게 파는 방법을 고민할 것입니다. 6자회담이라는 기제를 대북 경제지원으로 바꾸는 것이 북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입니다. 내년 4월까지 북미 간 관계개선의 성과가 나와야 6자회담이 열릴 수 있고 그에 따라 남북경협도 가시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심 전문역=앞으로 북한이 개방을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불확실성이 커 산업계는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습니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나온 직후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가 다소 안정을 되찾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강 교수=한국증시는 북한 리스크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습니다. 문제는 외국인인데 북한 리스크는 반영된 상황이어서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김 주석 사망은 당시 증시에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김정일 후계구도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북한에 대한 불안감이 당시보다 큽니다. 더구나 지금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전세계 경제가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지요. ▦최 연구원=금융시장이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는 우리 정부와 외국의 상황관리 능력에 달렸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금융 및 실물경제 충격은 미국이나 중국이 어떻게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심 전문역=김 위원장 사망은 단기적으로 불안요인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한다면 내년 상반기쯤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수출기업이나 실물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북한 리스크까지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강 교수=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리와 북한 간에 경제교류가 미미하기 때문이지요. 다만 컨트리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자본이동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더 심각한 것은 북한 문제보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둔화입니다. ▦최 연구원=북한체제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단기적인 불안감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징후가 없는 이상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심 전문역=유럽 언론들도 북한이 혼란에 휘말리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저도 동감합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향후 어떠한 움직임을 보일까요. ▦강 교수=우리 자본시장의 안정 여부는 외국인들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에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트렌드 자체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 전문역=동의합니다. 현재의 자금이탈은 유럽발 재정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유럽 사태와 한 묶음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리스크에 따른 외국인자금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외국인 자금의 급속한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강 교수=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위기감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최 연구원=우리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변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외국인투자가들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위원장 사망으로 통일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통일에 대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강 교수=우선 통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정부도 비용만 강조하고 이익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통일의 이익이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봅니다. 오히려 분단으로 인한 비용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가 재원마련을 고민할 필요는 있지만 이를 굳이 세금과 연결시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안정될 경우 외국인투자가들도 몰려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심 전문역=물론 초기에는 통일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사업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이익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의 자원을 활용하면 비용 없이 부의 이전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투자처를 확대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지요. ▦최 연구원=통일을 비용이나 이익이 아닌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사업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북한 근대화 프로젝트, 국제 컨소시엄 구성 등 구체화된 비전을 구상해야 합니다. 북한과 중국 간 두만강 개발사업 등 남한ㆍ북한ㆍ중국 간 비즈니스 모델을 창안하는 등 비용논쟁에서 벗어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향후 남북관계에서 가장 큰 돌출변수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강 교수=최악의 시나리오는 내부 권력투쟁입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김정은을 잘 보좌해 체제를 안정시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내부 권력투쟁이 벌어지면서 군사적 도발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 연구원=세습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나라가 김정일 부자의 세습이 안착되기를 바란다는 얘기이지요.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자극적인 언사나 과도한 행위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입니다. 북한도 우리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입니다. ▦심 전문역=김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해 내부 권력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북한 내부의 혼란이 지속되면 남북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는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앞으로 정부의 대북경협 접근방식에 어떠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강 교수=개성공단 형태의 경협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개성공단은 우리 국민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는 방식인데 이는 자유무역협정(FTA)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오히려 개성공단이 우리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현 상태에서는 경협보다 원조 형태로 가야 합니다. 경협을 통해 이익을 얻겠다는 것보다는 대외원조 형태로 철도ㆍ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을 지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최 연구원=남북경협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어요. 즉 남북중 협력 등의 형태로 경협범위를 광역화해야 합니다. 예컨대 우리가 중국을 통해 두만강에 투자한다면 사실상 북한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좀 더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야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지요. ▦강 교수=이명박 정부는 비핵화를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조건이 만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계개선도 실현되지 않은 것입니다. 경색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지요.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유화책을 쓰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심 전문역=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교류가 중단되면서 남북교역이 지난해보다 12% 감소했지요. 하지만 반대로 중국과 북한의 교역은 70%나 늘었습니다. 중국과의 경협을 차단하지 못한 상황에서 남북교류를 중단한 것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최 연구원=대북정책이라고 해서 북한만 상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아쉬운 점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통한 우회적 방식을 소홀히 했다는 점입니다. 차기 정부에서는 정책 대상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포괄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습니다. 차기 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강 교수=선거에서 '북풍'은 더 이상 효과가 없습니다. 북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줄어들 것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북한에 협력 시그널을 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야 어느 쪽이든 대북정책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심 전문역=북한에서도 물물교환 등 어느 정도 시장경제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산 물건에 대한 호감도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을 시장경제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최 연구원=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지요. 장기 비전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중국ㆍ러시아 등은 북한과 관련해 오는 2020년까지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로드맵만 있고 청사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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