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보편적 맞춤형 복지가 답이다


복지가 한국 정치와 경제의 화두로 등장했다. 복지는 야누스적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복지국가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국민을 나태하게 하는 복지병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치는 복지의 밝은 면을 강조하고 경제는 복지의 어두운 면을 강조한다. 현실은 정치와 경제의 타협점에 서 있다. 복지 포퓰리즘을 우려하지만 '복지의 정치화'는 이미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난 4ㆍ11총선을 거치면서 여야 간에 복지 논쟁이 불붙었고 복지과열을 우려한 기획재정부가 소요재정을 낱낱이 계산함으로써 재정부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미래 수요 감안한 복지재원 마련을


연말 대선을 앞두고 또 한 차례의 치열한 복지 공방은 필연이다. 대선주자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공약을 100% 이행하기는 어렵겠지만 복지의 큰 흐름을 좌우할 것은 분명하다.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무상복지와 맞춤형 복지 간의 경쟁이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복지 혜택에 못지않게 누가 부담하느냐에 대한 논쟁도 뜨거울 것이다. 진보정당은 고소득층이 부담하는 보편적 무상복지를 강조하고 보수정당은 고소득층이 많이 부담하되 대상을 선별해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는 선별적 맞춤형 복지를 강조한다. 서민중산층이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니 진보공약이 표를 얻는 데는 일단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진보공약은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고소득층만의 부담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수 공약 역시 세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고민에 빠진다. 보수정당은 줄곧 감세 기조를 유지해왔고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복지재원 조달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현실은 복지확충과 세금인상에 우호적이지 않다. 유럽 경제위기는 장기화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고 개방형 경제인 한국경제는 이미 위기에 노출돼 있다. 경제침체로 일자리는 줄 것이고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위기시 복지수요는 더욱 늘어날 터인데 기업의 담세여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조세와 사회보험료의 대부분은 비교적 안정된 기업과 근로자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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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복지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복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 또한 부담이다. 저출산이 지속되면 미래 복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장래 생산인구가 줄어들면 복지 시스템을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교적 낙관적인 인구전망을 하더라도 한국은 오는 2050년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된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과감한 보육투자를 할 것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을 완화하기 위해 노인복지를 강화할 것인가. 발등의 불을 꺼야 하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하나. 급한 불도 끄고 미래를 잘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사회안전망·복지수요 조화시켜야

정치경제학적 선택에 맞닥뜨릴 때 진보와 보수가 만나는 접점인 '보편적 맞춤형 복지'가 해답이다. 국민 누구나 위험에 빠졌을 때 국가가 가까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고 실효적으로 보호받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이다. 사회안전망은 가정과 사회의 안전을 담보하는 사회간접자본이기도 하다. 사회안전망의 굳건한 토대 위에 개별적으로 필요한 복지수요를 채워주는 맞춤형 복지를 잘 조화시켜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면서 20-50(소득 2만달러-인구 5,000만명) 클럽에 진입하는 성공국가를 이뤄냈다. 이젠 두번째의 기적 '국민이 행복한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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