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뱅크 등 외국계 은행들이 높은 공신력을 바탕으로 러시아 금융위기를 사업확장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상업은행들이 파산 또는 면허취소로 잇달아 문을 닫자 외국계 은행들은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해 부동산 매입을 서두르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라이페이슨은행은 모스크바 소재 지점을 현재의 13개에서 올해말까지 15개로 확대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도 12개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미셸 페르히린 라이페이슨은행 회장은 “러시아 은행에서 우리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새로운 고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영업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티은행의 경우 8월까지 모스크바에 3개의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시티그룹의 러시아 자회사 책임자인 앨런 히스트는 “현재 최대의 과제는 지점을 늘릴 수 있도록 부동산을 제때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영업망을 확대하는 것은 외국계 은행은 안전하다는 믿음 때문에 러시아 은행에서 자금을 인출해 외국계 은행에 예치하는 고객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시티뱅크의 경우 지난 6월 한달 동안 계좌수가 10%나 늘었다.
이에 따라 시티뱅크의 지점은 불과 5개에 불과하지만 자산기준으로는 러시아에서 12번째 은행으로 부상했다. 라이페이슨 은행도 계좌수가 6월말 현재 9만2,000개로 1년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났다.
외국계 은행은 특히 양질의 서비스를 무기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러시아 은행을 이용할 경우 송금이나 공과금 납부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반면 외국은행들은 온라인 뱅킹을 통해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