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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고 온 경기침체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상반기까지 4~5%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던 우리 경제는 위기 직후인 2009년 분기별 성장률이 -4%대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등 상당수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에 연동돼 우리 경제까지 동반 추락한 것은 대외변수에 민감한 우리 경제구조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고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1%포인트'의 전략이 필요하다. 올해 3% 성장률 달성이 힘겨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 후반 또는 4.0% 초반의 성장률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1%포인트 추가 성장을 가능케 하는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ㆍ반도체ㆍ조선 등에 치우친 수출구조를 다변화하고 수출중심 경제 틀에서 탈피해 내수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몇몇 주요 수출품에 돈벌이를 의존하는 경제 패러다임 아래에서는 세계경제의 부침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대외의존형 경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성장 틀에 안주하고 변화를 거부할 경우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처럼 깊은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ㆍIT 수출 일변도서 탈피해야=우리 경제는 자동차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을 제외하면 우리 무역수지가 200억달러 이상 적자인 것으로 분석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최근 대외여건 악화에도 한미,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수혜를 받으면서 자동차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수는 없다.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품 시장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블루오션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과당경쟁이 판치는 레드오션으로 변질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9,500만여대에 달하는 반면 수요는 7,000만여대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가격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자동차 수출감소→무역수지 흑자 축소라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주요 수출품목인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은 7,500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수요는 6,50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상시적으로 가격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은 반도체ㆍ조선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야흐로 한국 경제와 수출을 지탱했던 자동차ㆍ디스플레이ㆍ반도체ㆍ조선 등이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하지는 않게 됐다. 전문가들은 왜곡된 수출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신성장산업 및 부품ㆍ소재 기업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부품ㆍ소재 분야 대일 무역적자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2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27억9,000만달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정부는 2001년 '부품ㆍ소재 전문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까지 만들어 부품ㆍ소재 분야 육성에 적극 나섰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범용소재는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핵심 소재는 여전히 선진국 대비 5~6년의 격차가 있다. 세계 부품ㆍ소재 수출 대비 국산 부품ㆍ소재 수출 비중은 2000년 47%에서 2010년 28%로 오히려 축소됐다. 수출 다변화를 위해서는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새로운 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ㆍ일본 등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 분야로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 '낙수효과'는 허상…내수 육성 시급=수출의존형 성장의 맹점은 양극화다. 대기업ㆍ수출기업의 성장이 국내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이른바 '낙수효과(트리클다운)'가 사라진 우리 경제구조에서는 더욱 그렇다.
낙수효과의 부재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내수산업, 특히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이어서 취업유발 효과도 크다. 일자리 창출→소득증대 및 가계부채 부담 완화→소비증가 등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우리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일 정도로 낙후돼 있다. 바꿔 말하면 내수산업과 서비스 분야에 대한 장기 청사진을 마련하고 역량을 집중하면 그만큼 발전 가능성도 크다는 의미가 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인 2008년부터 5차례에 걸쳐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해 추진하는 등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관광ㆍ의료산업, 컨설팅 등 사업서비스, 예술ㆍ기술 융합산업 활성화, 전문자격사(변호사ㆍ변리사ㆍ회계사ㆍ세무사) 선진화 등이 골자다. 하지만 상당 부분 이익단체의 반대에 막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18대 차기 정부가 과거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성장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은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은 성숙도가 낮아 발전의 여지가 큰 반면 제조업은 성숙단계에 진입해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며 "일자리 창출과 내수 육성을 위해서는 의료ㆍ관광ㆍ컨설팅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