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초동 법조타운은 '릴레이 1인 시위장'

검찰·법원 지원방안 없어 무대응으로 일관…별다른 불상사는 없어

대법원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의 청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나홀로 침묵투쟁을 벌이는 1인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법적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데 대한 마지막 호소수단으로 1인시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을 보면 이들의 주장에 동의할수 없는 부분도 있어 요구사항이 좀처럼 수용되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법조타운 1인시위자는 1997년 현대미포조선에서 해고된 후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해 항소심까지 승소했지만 대법원이 선고를 3년이나 미뤄 복직이 어렵게 되자 이에 항의해 대법원 정문에서 홀로 시위를 벌인 김모씨. 김씨의 사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고 언론의 조명도 받았지만 대법원이 언제 판결선고를 내릴지는 모르는 일이다. 김씨는 "새로운 주심 재판관이 사건을 맡아 당장 선고가 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1∼2개월 정도 기다렸다가 5월 초 다시 상경해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최근 고향 울산으로 내려갔다. 이후 대검찰청 청사 정문 앞에서는 LG전자에서 해고당한 정모씨 가족이 "사측의 `왕따메일' 등 집단 괴롭힘을 받다 강제퇴직 당했다"며 억울함을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간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산재판정을 받아내고 헌법소원 끝에 자신을 따돌리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e-메일을 발송한 직원이 기소되도록 하기도 했지만 정씨는 그수준에 만족하지 못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씨는 회사의 최고경영자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지만 아무런 처벌이 내려지지 않자 항고와 재항고를 거듭하는 법적투쟁을 벌였으나 끝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이에 불복하는 헌법소원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최근에는 LG정유 파업 과정에서 불법파업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 재판이 계류중인 노조원 가족들이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피켓을 들고 외로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법조타운의 1인 시위자들은 대부분 피켓을 들거나 전단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조용하게 시위를 벌여 지금까지 별다른 불상사가 없었으나 행인들을 놀라게 한 소동은 한차례 있었다. 작년에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올해 초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자마자 서울지검 후문에서 검사를 비방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몸에 두르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정모씨가 소란의 당사자다. 정씨는 10여년 전 대구의 한 오락실에서 도박으로 수천만원을 잃고 업주를 고소했지만 업주가 무혐의 처분되자 사건 처리에 관여한 검사들에 대해 고소와 진정을남발하다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시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장기간의 시위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데 극도로 실망한 듯 재작년 11월에 검찰청사 담에 목을 매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법원과 검찰은 언제 끝날지 기약없는 시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의 딱한 처지에 동정을 보내면서도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우리로선 `무대응'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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