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울 핵정상회의 취지에만 전념하자

유엔총회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대의 정상외교 행사인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열린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 제1차 회의에 이어 이번에는 전세계 53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지도자들이 참석한다.

지난 2010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에서 또다시 초대형 글로벌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력과 국격의 수직상승을 의미해 뿌듯하다. 비록 핵 비확산이 이번 회의 주제는 아니지만 6자회담 등으로 북한 핵문제가 다시금 주목 받고 있는 시점에서 열린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행사의 주제나 성격상 재작년 G20 회의처럼 환호하고 잔치하듯 다가서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우선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때문이다. 이웃이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실정에서 수십 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라고 축제 벌이듯 할 수는 없다. 회의 취지와 동떨어진 부대 이벤트 따위는 일절 배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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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조신하게 치러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원전 건설의 세계 최강인 프랑스를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보는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 이미 터키와는 원전 건설 문제를 협의 중이고 베트남ㆍ이집트도 한국형 원전을 원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프랑스 등 기존 원전 수출국들의 시샘이 커질 대로 커져 있다.

이들 국가는 한국이 안방에서 여는 핵안보정상회의 행사를 이용해 원전 마케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멍석이 깔렸는데 가만히 있겠다니 멍청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행사는 행사 자체로 성공적이면 된다. 그 자체가 고급 마케팅이다.

이번 정상회의의 취지는 어떻게 하면 알카에다와 같은 조직적인 핵 테러를 막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원자력 안전을 강화해나가느냐에 있다. 인류의 미래 평화를 논의하는 장인 만큼 개최국인 우리 정부는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정상선언문 '서울 코뮈니케'로 성과를 이끌어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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