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13일] '종교 논쟁' 휘말린 9·11 현장

"Why there(왜 하필 거기에)?"

다음주부터 이 광고문구가 뉴욕 시내버스에 나붙는다고 한다. 두 단어 옆에는 세계무역센터를 향해 돌진하는 항공기 그림이 곁들여진다.

이 버스광고가 등장하게 된 것은 지난주 뉴욕시 유적보존위원회가 9ㆍ11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있던 건물이 유적 가치가 없다고 판결해 사실상 그 자리에 모스크를 지으려던 이슬람 단체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은 모스크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대들로 들끓고 있다.


갈등을 주도하는 것은 종교계다. 이슬람 단체들은 모스크 건립이 되레 9ㆍ11의 상처를 치유하고 종교 간 화해를 도모할 수 있다고 미 강경파를 타이른다. 그러나 유대교와 기독교는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가슴에 또 한번 칼을 들이대는 가혹한 처사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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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 정치계에서도 모스크 건립은 이미 선거 쟁점이 돼버렸다. 뉴욕주 주지사에 도전하는 릭 래지오 공화당 의원은 모스크 건립 모금 캠페인이 불법 소지가 있다며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는 뉴욕시의 문제일 뿐이라며 백악관이 직접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한 발 뺐다. 회교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이 아니냐는 공화당의 주장을 억측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미국이 과연 지금 종교 다툼을 벌이고 정치권은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야 할 때인가 묻고 싶다. 갈등이 사회 발전을 위한 필수영양분이라고는 하지만 디플레이션이라는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는 상황에서 종교논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어야 할까.

이런 와중에 데이비드 패터슨(민주당) 뉴욕 주지사는 그라운드 제로에서 더 떨어진 곳에 모스크를 짓는다는 조건으로 주정부 소유의 토지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평행선을 달리던 상황에서 중재 역할에 나선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제 뉴욕의 시내버스에 걸려야 할 광고 문구는 "why don't here (여기는 어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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