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마니아'를통해본한국인의 행동양식

■ 한국학의 즐거움 (주영하 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한(恨)이라는 감정의 중추적 정서인 슬픔을 표현하는 한국어는 얼마나 풍부한가! 구슬프다, 애달프다, 애잔하다, 서럽다, 서운하다… 그만큼 슬픔이라는 감정은 한국인의 마음에 많이 쌓인 정서적 재화다. (중략) 마음의 언어인 감정과 정서의 표현물을 통해 이뤄진 것들로 한국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생태학을 살펴볼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최근 10년 사이 '한국학'이라는 용어가 국내외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면서 학자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매우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한국학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명쾌하게 대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학을 정의하기 위해 각 분야를 대표하는 석학 22명이 '가장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대해 각자의 영역에서 답을 내놓았다. 한국의 음식, 책, 종교, 미술, 역사, 경제, 드라마부터 한국인의 마음, 사랑, 정체성, 본성까지 '한국적인 것'이라는 큰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작은 조각들이 담겼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쌀밥과 국물 많은 국, 짜고 매운 반찬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한국의 음식문화를 들여다본다.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이 쌀밥을 매일같이 같이 먹게 된 때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그는 "한국 음식이 20세기 말부터 오늘날까지 급속한 변화의 여정을 걷고 있는 만큼 한국 음식의 근대적 변화 과정에 대해 섬세하게 살펴본다면 한국학의 즐거움이 그 무엇보다도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끼'를 주제로 풀어낸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현대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설명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마니아'를 통해 18세기 한국의 문화 현상을 살펴본다. 그는 틀 속에 안주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세상에 자기 존재를 드러내려 했던 18세기 마니아들을 21세기 디지털 문명 시대의 현대 한국인과 비교하며 한국인 행동양식의 원형을 모색했다. 철학자 강신주 씨는 시인 백석의 연인이던 기생 김영한(1916~1999)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의 사랑을 풀어낸다. 강 씨는 "서양 문명으로부터 강한 충격을 받았던 최초의 시절, 그녀가 겪었던 사랑은 아마 지금 우리 시대 사랑의 원형을 보여주기에 충분할 것"이라며 "겉으로는 개인주의가 정착한 것 같아 보이지만 여전히 공동체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가슴 속에서만 사랑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사랑이 당분간 반복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밖에도 장석주, 강명관, 고미숙, 최준식, 임석재, 이영미, 정여울, 윤구병 등의 필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견해를 풀어낸다.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한 22가지 몽타주가 빚어내는 다양한 시선은 그 자체로 한국학의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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