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만 앞선 자전거타기(사설)

자동차 1천만대 시대를 맞아 정부에서는 각 부처별로 몇가지씩 요란한 대책을 내놓았다. 초점은 사회문제화된지 오래인 교통난과 대기오염 등 두 가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실천방안 가운데 하나로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자전거 이용 활성화다.내무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국가시책으로 오는 2010년까지 2조3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국에 총 연장 2만1천㎞의 자전거 도로가 신설되고 1천만대분의 보관대가 설치된다. 이를 통해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을 현재 3%에서 10%로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자전거 이용은 사실 권장할 만한 정책이다. 건강에도 좋고 자동차에서 해방되어 좋다. 구미의 대학촌은 자전거 통학이 보편화되어 있고 유럽의 중소도시에서는 일반 샐러리맨들도 자전거로 출퇴근 하고 있다. 러시아워 무렵, 중국 북경의 천안문광장을 뒤덮고 있는 「자전거 부대」는 가관이다. 내무부는 서울시내 자동차의 10%를 자전거로 전환할 경우 3조5천억원대의 도로증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17만대분의 주차난이 해결되고 자동차 10부제 실시와 맞먹는 체증해소, 연간 4천8백억원 상당의 유류절감 효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오염이 감소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내무부의 이같은 정책은 조령모개식이고 즉흥적이다. 지난 70년대 중반 서울에는 벌써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다. 서울시는 천호대로·남부순환도로·시흥대로 등에 도로양쪽 반차선씩을 경계석으로 쌓아 자전거 전용도로를 신설했다. 이 자전거도로는 자동차가 급증하면서 교통체증이 심각해지자 슬그머니 자동차도로로 흡수됐다. 있던 것을 없애 놓고 이를 다시 만든다니 10년앞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이다. 이로인한 세금낭비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지금 서울시내에 자전거 전용도로는 없다. 서울시는 한강둔치 지역을 자전거 전용도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접속도로가 불편, 제 구실을 해낼지 의문이다. 선진국의 자전거도로를 보면 완전 전용도로와 차도의 1차선부분을 잘라낸 도로, 인도와 함께 쓰는 도로 등 3가지로 나눠진다. 서울의 경우 1차선은 버스 전용차선이기 때문에 자전거도로로는 사용할 수 없다. 도로체계를 전부 뜯어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자전거 타기를 하라는 것은 생명을 걸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일본처럼 인도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인도가 거의 보도블록으로 돼있어 자전거이용에 불편하다는 점이다. 또 도로에 따라서는 인도도 없는 데가 많아 자전거 이용 활성화정책은 절름발이가 될 공산이 크다. 정책은 실천이 돼야 정책이다. 정권말에 나온 정책이어서 반신반의다. 자전거도로에 투자할 돈을 대량 수송수단인 지하철건설이나 모노레일 건설에 투자하는 편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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