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지표가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이면서 경기(景氣) 논쟁이 재차 불붙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실제 체감경기 회복으로 연결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경기가 일시적인 호조를 보였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이중하강)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형 장기불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전망들은 연초에 쏟아졌던 장밋빛 낙관론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올초만 하더라도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주가상승→소득증가→소비회복→주가상승의 선(善)순환적 자산효과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한국경제의 봄날 도래를 점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올해 5% 성장은 어렵다며 사실상 꼬리를 내린 상태다.
현재 한국경제는 수백만의 신용불량자는 물론 중산층의 대규모 부동산 투자에 따른 과다채무로 자생적인 소비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수출은 달러화 약세라는 복병에다 미국경제의 소프트패치(soft patch), 즉 회복기 중 일시적 침체 가능성으로 악재가 겹친 상태다. 설비투자 역시 전망은 밝지 않다.
사실 한국경제는 훨씬 이전부터 저(低)성장기, 다시 말해 디플레이션 양상을 보여왔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경기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저투자ㆍ저금리ㆍ저물가ㆍ저성장(4저)과 높은 실업률(1고), 그리고 짧은 경기순환주기(1단)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디플레이션의 징후가 진작부터 있어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줄곧 경기회복을 낙관해왔고 이를 가속화한다는 취지에서 대규모 국책사업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하지만 펀더멘털이 바탕이 되지 않은 경기회복은 ‘반짝’에 그쳤고 대규모 국책사업 역시 지지부진한 채 땅값 폭등에 따른 후유증만 가져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기를 띄우기 위한 정책조합(policy mix)도 시도하고 있지만 각개 정책이 상충되는데다 복잡한 변수에 얽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빠졌다. 정부는 립서비스에 가까운 경기회복 타령에서 벗어나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한 정책발굴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