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파격인사] "재경부가 젊어졌다"

재정경제부가 무척 젊어졌다. 연공서열 학연 지연을 파괴한 인사를 단행한 후 새로 드러난 모습이다.틀에 짜맞춰진 인사에 길들여져 온 재경부가 최근 1급(이사관)에서 과장급에 이르기까지 「공직(公職) 밥그릇수」를 무시한 능력위주의 발탁인사를 단행, 관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필두로 한 여권 핵심부가 정부부처의 인사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터에, 마침 재경부가 관행을 털어낸 파격적인 인사를 잇따라 단행, 환란(換亂)의 멍에를 벗고 새로운 위상을 찾기 위해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공서열, 학벌, 경력은 없다 재경부는 지난해말과 올해초 1급 인사를 단행하면서부터 파란을 예고했다. 당시 정재룡(鄭在龍)차관보 등 1급 3명이 옷을 벗었다. 재경부를 떠난 이들은 산하기관장 등으로 옮겨 갔다.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재경원에 이르기까지 1급 3명이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또 1급승진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던 행시 14회출신들이 곧바로 1급으로 올라서고, 국장급 인사에서도 능력을 우선시하는 「알짜배기」 발탁인사가 단행돼 눈길을 끌었다. 12일 발표된 과장급인사에서는 재경부의 자리를 결정해 온 연공서열 학벌 지연 경력은 「무시」되고 능력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다. 재경부는 과장인사를 실시하면서 능력을 갖추고 적성이 맞는 인재를 고르기 위해 자리마다 2~3명의 적임자를 뽑은 뒤 그 중에서 최적임자를 선발하는 이례적인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경기고 출신 우대관행이 배제된 점도 변화의 한 단면이다. 이에 따라 과거 재경원식 정통코스를 밟지 않은 임종룡(任鍾龍·행시 24회) 금융·기업구조개혁반장이 은행제도과장의 중책을 맡는 등 3~4명에 대해 예상외의 발탁인사가 이뤄졌다. 재경부 당국자는 『관료적인 인사는 배제하고 능력과 함께 개혁성향과 개방마인드를 갖춘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서 『이번 인사는 앞으로 재경부의 새로운 인사패턴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3월에는 적성과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 업무를 5개분야로 나눠 원하는 분야를 순위별로 써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무관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타 부처엔 상당한 부담 올초 인사개혁이 공공분야의 화두(話頭)로 던져진 가운데 돌출된 재경부의 변신은 정부전반에 상당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경부가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발빠르게 민간기업식 인사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재경부의 개혁성 인사는 타 부처에도 음으로 양으로 상당한 영향과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관료사회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 인사관행를 벗어나라는 것이 김대통령의 요구이고, 가장 뒤처질 것으로 예상됐던 재경부가 가장 먼저 일을 벌였기 때문이다. 젊어진 재경부 관료들의 구체적 업무실행이 주목되고 있다. 김동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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