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덕' 없으면 '성공'도 없다

톰 모리스 지음, '아리스토텔레스가 제너럴 모터스를 경영한다면'"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기업경영을 배우라고?" 평생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진리를 탐구했던 철학자에게서 지극히 현실적인 상행위를 배우라니 다소 엉뚱한 소리로 들릴수도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아리스토텔레스가 제너럴 모터스를 경영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사실 인류사에 대표적인 철학자가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을 맡는다면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궁금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관에 대한 상식이 있는 독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경제의 어원은 정치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비롯되지만, 그가 생각한 경제는 요즘의 경제와 개념이 크게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경제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가정이나 국가를 꾸려가는데 필요한 '에코노미아'이고, 다른 하나는 오로지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삼는 '크레마티스티케'이다. 경제의 어원인 '에코노미아'는 꼭 필요한 돈벌이이고, '크레마티스티케'는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부도덕한 행위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크레마티스티케에 가까운 현대 경제환경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곧이 곧대로 따른다면, 그 기업은 한 마디로 쪽박 차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저자 톰 모리스는 '아리스토텔레스 배우기'를 강력하게 권유한다.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경영, 진리를 추구하는 경영, 돈에 앞서 도덕을 생각하는 기업운영이 곧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15년 동안 노트르담 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는 "기업이 진정한 우수성과 탁월함을 획득하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영원한 네 가지 가치, 즉 진리(眞)ㆍ선(善)ㆍ아름다움(美)ㆍ통일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철학자는 인간에 대해 가장 깊이 생각하고, 이를 현실에 가장 실용적으로 적용하는 사람"이므로 "위대한 리더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ㆍ선ㆍ미, 그리고 통일성이 도대체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단 말인가? 저자는 우선 "진실은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말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진리는 지적 차원. 모든 사람은 정신을 가지고 있고, 저마다 나름의 지적 차원이 있다. 따라서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상식을 벗어난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직원을 상대하든, 고객을 상대하든 늘 진실을 견지한다면 성공의 토대는 일단 마련한 셈이다. 선은 인간 본성의 단계인 도덕적 차원. 자신들이 회사에서 정중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직원들은 그들이 받은 정중한 대우와 명예를 고객이나 다른 업자들은 물론, 잠재 고객에까지 전달하게 된다는 게 자명한 이치이다. 이는 곧바로 기업의 번영으로 이어진다. 세번째, 미에 대한 풀이는 "아름다움은 우리를 해방시킨다"는 화두로 연다. 주요 고객을 대접할 때나 미래의 중요한 계획을 수립할 때는 물론, 직원들의 근무지도 아름답게 꾸미라고 권한다. "일터는 기쁨을 표현하고 열정을 구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정신의 통일성은 기업의 성공을 지속시키는 자양분. 사고와 행동의 통일, 자신과 타자와의 통일, 인간과 자연의 통일.. 이는 단순히 일개 기업의 성공 뿐만 아니라, 인류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해 주는 기초가 된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중앙에 있는 사람의 왼쪽이 관념세계를 대표하는 플라톤이고 오른쪽이 과학과 자연계의 탐구를 상징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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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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