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원의 부축을 받아 맨 먼저 입장한 이 회장은 최근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인지 다소 거동이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과 과다한 경제민주화가 대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투자위축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간담회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대기업 총수들에게 돌아가면서 악수를 건넸다. 총수들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경제정책을 수립하느라 참으로 고생이 많으시다”며 격려의 말을 전했고 현 부총리는 활짝 웃으며 “대기업들이 경제활성화의 선봉장이 돼달라”며 화답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 측에서 현 부총리,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원동 경제수석, 윤창번 미래전략수석 등이 나왔다. 하지만 회의가 진행되기 전이어서 그런지 대기업 총수와 경제장관, 수석들 간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얼굴 표정도 다소 굳어 있었다. 정오가 되자 자주색 상의에 회색 바지를 입은 박 대통령이 입장했고 총수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 5월과 6월 미국과 중국을 순방했을 때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박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진 적은 있었지만 청와대에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깔끔한 일 처리로 정평이 나 있는 조 수석이 사회를 보았고 가장 먼저 박 대통령의 인사말이 있었다.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경제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를 당부했을 때 총수들은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 과도한 경제민주화에 반대하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 의사를 내비치자 총수들은 ‘박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 대통령은 총수들의 발언을 하나하나 경청하고 메모한 뒤 일일이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박 대통령의 투자확대 요청에 대해 ‘30대 그룹 상반기 투자고용 실적 및 하반기 계획’을 낭랑한 목소리로 소개했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경제의 순항을 희망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건배 음료는 포도주스였고 오찬 메뉴는 한식이었다. 오후1시30분쯤 오찬이 끝났을 때 박 대통령은 중앙 현관 입구까지 나가 회장단을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