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잃어버린 ICT 5년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시장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새 정부에 ICT 전담부처가 세워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불안이 교차한다.


재론의 여지없이 시장이 바라는 최선은 방송ㆍ통신의 규제 및 진흥업무를 통합한 ICT 전담부처 설립이다. 이달 들어 산업계ㆍ학계 가릴 것 없이 연일 세미나ㆍ토론회를 열고 ‘전담부처론’을 후방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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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수위에 이렇다 할 ICT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이나 방송통신위원회 업무가 인수위의 경제2분과와 여성문화분과로 쪼개져 다뤄지는 점 등이 막판 불안감을 키운다. 상황에 따라서는 ICT 진흥ㆍ규제업무를 총괄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발전적 ICT생태계 조성에 집중하자면 방송을 떼어놓는 경우의 수도 예상해볼 수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사실 지난 5년간의 ICT 정책에 낙제점을 주는 데는 방송 탓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정보통신 진흥업무가 4개 부처로 조각조각 쪼개진 것도 모자라 정치적으로 첨예한 방송 문제해결에 끌려다니는 통에 정작 ICT 진흥은 중복과 혼선을 반복하며 방향을 잃었다. 방통위는 기형적인 종합편성채널을 탄생시키고 심각한 방송몰입으로 ‘방송중심위원회’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방송-통신 융합을 목표로 했지만 방송정책이 정작 시장이 원하는 ICT 진흥에는 독이 됐던 게 사실이다.

새 정부의 방송정책 틀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현재 합의제에서 독임제 부처로 바뀐다 한들 통신과 방송규제가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방송규제를 따로 떼는 것이 방통 융합추세를 거스른다는 반대의견도 있지만 독립된 ICT 진흥 전담부처를 둔다면 미디어ㆍ콘텐츠ㆍ통신을 충분히 아우를 수 있다. 공영방송 등 합의제가 필요한 부분은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다루면 된다.

다시 방송 우선의 패착을 둔다면 앞으로 5년, 그 이후의 ICT의 미래 또한 없다. 아이폰 쇼크에 허둥지둥하고 정부 주도의 플랫폼 개발을 가뭇없이 백지화하고 수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수차례 털리고서야 대책을 세우는 ‘잃어버린 ICT 5년’을 또다시 반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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