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업사태…"법질서 세워라"의사집단 폐업이어 '집단이기' 폭발·경제마비 가능성
의사 집단폐업에 이어 은행노조의 파업선언으로 사회불안이 가중되면서 정부의 권위와 법질서를 바로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은행노조는 5일 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는 11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반면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을 강행하되 불법폭력사태를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 파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조는 마주 달려오는 열차처럼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상 처음으로 은행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자금 결제, 수출입 등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것은 물론 금융대란을 유발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외신들은 『은행 총파업이 단행되면 한국경제가 마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의료사태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은행노조의 투쟁이 가열되면서 이익단체들이 걸핏하면 대통령의 약속을 요구,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권위가 회복되지 않는 한 앞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는 집단이기주의의 볼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경쟁시대를 맞아 국내 금융기관들이 현상태로는 생존할 수 없다』면서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합병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산업노조는 『금융지주회사는 정부가 추가로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은행합병을 둘러싼 정부의 정책혼선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발언번복 등도 은행원들의 대정부 불신을 키운 게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정부 주도의 1차 금융 구조조정 종료를 선언하고 올해부터는 시장과 은행 자율에 의한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총선 후 공적자금 투입은행에 대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반면 노조에도 『그렇다면 노조가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에 은행의 경쟁력 강화에 반대하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안국신 중앙대학교 교수는 『금융지주회사법은 이를 이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금융기관들이 이용하면 되는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에 이를 파업의 명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제도와 구조조정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에서 지주회사제도를 반대한다면 국내 은행산업의 생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상호 「신뢰 부족」이다.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은 은행원들의 정서를 한마디로 「불신과 피해의식」이라고 정의했다.
결국 문제해결의 관건은 정부가 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에 대한 신뢰회복에 나설지 여부에 달려 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입력시간 2000/07/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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