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설을 즐겁게] 스크린 매력에 설~설~ 빠져볼까


명절의 미덕은 역시 ‘풍성함’이다. 그 풍성함은 극장가에서 절정에 달한다. ‘1년 농사 명절에 다 짓는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설 명절 스크린에는 국산 영화, 외화 할 것 없이 각종 화제작들로 꽉 들어찼다. 영화사들로서는 ‘박 터지는’ 흥행 경쟁에 피가 마르지만, 극장들은 연일 메워지는 관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관객들 역시 ‘화려한 만찬’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개봉되는 작품 수만큼이나 완성도 면으로도 이번 설 극장가 영화들은 다양한 볼 거리를 자랑한다. 다소 묵직한 10ㆍ26 이야기부터 가벼움이 통통 튀는 신세대를 겨냥한 트렌디물을 지나 할리우드 스타를 내세운 액션물까지. 이쯤 되면 떠오르는 개그 프로의 유행어 하나. “어째 한 번 스크린의 매력에 빠져 보시겠습니까?” 더 지독해진 악당 ‘공공의 적 2’ 상영 2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다.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어 제친 강우석 감독의 명성 그대로 개봉 5일만에 전국 관객 100만을 가볍게 넘어섰다. 세상의 온갖 악독한 죄란 죄는 다 짓고도 눈 하나 깜짝 않는 공공의 적 한상우(정준호)와 꼬질꼬질한 잠바 대신 말쑥한 양복을 입고 대한민국 일등검사로 변신한 강철중(설경구)이 거나한 한 판 승부를 벌인다. 한 바탕 스트레스 풀기에 좋은 영화. 세상을 향해 달린다 ‘말아톤’ 흥행 경쟁에선 ‘공공의…’에 다소 뒤쳐지지만, 영화의 감동은 ‘공공…’보다 한 수 위. 자폐아 초원(조승우)가 마라톤을 하면서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다. 언뜻 TV 다큐멘터리의 찡한 휴먼 스토리가 떠오르지만 영화는 눈물보다 초원이의 익살스런 모습으로 오히려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물론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우스운 건 결코 아니다) 자폐아에 대한 세심한 눈길이 깔끔한 스토리로 풀어졌다. 가족과 함께 보기 괜찮은 작품. 논란은 계속된다 ‘그 때 그 사람들’ 신문 문화면보다 사회면을 더 화려하게 장식한 영화. 개봉을 앞둔 지난 31일 법원에서 세 장면을 삭제해야 한다는 결정을 받아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은 ‘까맣기만 한’ 화면과 만나야 한다. 알려진 대로 영화는 79년 10월 26일 하루 동안 청와대를 둘러싼 이들을 다소 시니컬하게 그려내고 있다. 계속되는 논란은 뒤로 하고서라도 ‘그 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10~20대 관객들에게 얼마나 먹힐 지가 미지수. 혈액형은 너의 전부? ‘B형 남자친구’ 설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 가운데 10대 관객‘만을’ 노린 유일한 영화. 지난 해 KBS 드라마 ‘낭랑 18세’의 주인공 이동건ㆍ한지혜가 스크린에서 다시 만났다. 제목 그대로 혈액형에 따른 심리 유형을 그대로 믿으며 A형의 소심함, B형의 독특한 성격 등을 맛깔나게 풀어냈다. 혈액형 심리 테스트에 열광하는 관객이라면 많은 부분 공감이 가겠지만, 20대로만 넘어가도 허술한 내용 전개에 다소 김이 빠지는 게 사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클로저’ 올 들어 갑자기 극장가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주드 로와 ‘전통’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 영화 ‘레옹’에서 킬러를 지켜줬던 꼬마 숙녀 나탈리 포트만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영국산 로맨스 영화지만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는 사뭇 다른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사랑에 있어서 운명이란 존재하는 것인지, 그 배신과 진실은 어디까지인지를 생각케 한다. 거듭되는 반전이 서늘하면서도 상쾌하다. 악에서 ‘나’를 구원하리 ‘콘스탄틴’ ‘매트릭스’ 시리즈의 절대 전사 네오가 선과 악을 넘나들며 지옥의 입구에서 발버둥치는 ‘콘스탄틴’으로 돌아왔다. 태어나면서 선과 악을 구분하는 능력을 지닌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가 지옥으로 갈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악과 싸운다. ‘매트릭스’를 기대한다면 다소 진부하고 아무 것도 모른 채 보기엔 영혼의 이야기가 와 닿기 어렵다. 꼭 설을 겨냥해서만은 아니지만 미국을 제치고 전세계 최초로 8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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