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파트값 적정화 하려면

최근 아파트 건설원가 공개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아파트 건설원가에 비하여 분양가격이 과다하게 책정되어 주택사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보아 건설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아파트 건설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건설원가 공개에 대한 주택사업자들의 반론도 상당하다. 건설원가에는 택지비와 자재비, 인건비, 금융비용 외에도 여러 유ㆍ무형의 비용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으므로 산술적으로 계산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한 건설원가 공개는 종국적으로 분양가격 규제로 연결될 것이며, 분양가격을 규제하는 행위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뒤흔든다고 주장한다. 논쟁이 발단된 지역은 두말할 것도 없이 주택보급률이 낮고 주택가격이 높은 수도권이다. 지난 1998년까지는 원가연동제 등에 의하여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규제되다 1999년부터 전면 자율화되었다. 자율화 이후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2003년11월 서울시 동시분양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격은 1,320만원에 이르렀다. 분양가격 규제 당시인 1998년말 서울 11차 동시분양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격 580만원 수준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최근 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상암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에 대한 건설원가와 분양가격을 공개한 내용은 이런 추측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준 셈이다. 건설원가 공개와 비공개 논쟁은 현재 접점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무작정 찬성과 반대 입장을 표명해서는 해답이 없다. 이제 차분히 원칙을 존중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존중하면서 저소득층 내집마련을 위한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강구해 보자는 것이다. 택지부문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더욱이 현재 높은 주택 분양가에 대해서 민간건설업자들은 그 주된 원인을 시행사와 지주들의 높은 택지가격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의 실효성이 클 것이다. 택지는 주택생산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며, 현재 이원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주택사업자는 민간택지를 시장가격으로 구입하여 주택을 짓기도 하고, 공공부문에서 개발한 택지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입하여 주택을 짓기도 한다. 주택사업자가 민간택지를 시장가격으로 구입하여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분양가격을 규제하거나 건설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주택사업자가 택지 취득단계에서 제도적인 혜택을 받아서 건설한 아파트를 분양하는 경우에는 그 혜택의 일부가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택지개발사업 등을 통해 시장가격 이하로 공급한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분양가격을 다소 조정하거나 택지 구입가를 공개하도록 유도할 명분이 있다. 현행 제도상 분양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공공택지는 시장가격보다 낮은 조성원가 또는 감정가격 수준으로 공급하고 있다. 정부가 이와 같이 공공택지를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격 산정시에는 정부의 관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는 안 된다.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정부가 분양가 산정에 관여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각 지방지치단체에 전문가로 구성된「주택분양가격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에서 분양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심의하여 그 결과를 주택사업자에게 통보런퓽?構?이런 사항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병행하여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경우 수요자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에서 택지의 원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원가공개 방법으로는 택지 판매시에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등으로 하여금 단지별 평당 택지 판매가격을 관보나 일간신문에 공고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다만 건축비는 주택사업자가 원가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고급화 정도에 따라 단가 추정이 비교적 용이할 뿐 아니라 아파트 분양 당시에는 아직 집행되지 않은 비용이므로 주택사업자가 추정하여 공개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공개한 금액을 실질적으로 확인할 방법도 없다. 따라서 건축비는 공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것은 이유 여하를 떠나 주택업계의 과욕에 따른 반작용의 산물이다. 기업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주택업계의 행태를 보면 단기적인 이윤추구에 급급한 나머지 소탐대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5년 사이에 분양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린 것은 분명 과욕이다. 분양가 자율화로 인하여 주택업계가 발전의 기회를 가졌으면 안분지족의 도를 지키고 수요자에 대해서도 배려를 했어야 한다. 주택업계는 이 점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다 자율적인 가격 조정기능을 가지기를 기대한다. <이규방(국토연구원 원장)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