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로스쿨생, 스스로 육두품 되려는가

“걔네는 성골이나 진골이고, 우리는 육두품인가봐” 내년 초 졸업과 함께 취업을 앞둔 한 로스쿨생의 말이다. 여기서 전자는 사법연수원생을 후자는 법학전문대학원생을 뜻한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로스쿨생에겐 상대적으로 우대를 받고 있는 사법연수원생이 마치 왕족같이 보이는 셈이다. 실제 일부 로펌에서는 연수원은 간단한 면접과 연수원 성적을 통해 선발하지만, 로스쿨생은 2~3일에 걸친 면접과 서면작성•토론 등을 거쳐 신입을 뽑고 있다. 또 일부는 둘 간의 연봉차이를 두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법조계에서는 매년 배출되는 1,000여명의 사법연수원생으로도 이미 포화상태라 주장하며, 추가로 시장에 나타난 1,500명의 로스쿨 졸업생에 대량 실업사태를 예견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의 영입담당 변호사는“로스쿨생 중에 인재가 많아 예상보다 많이 뽑았다”면서도 “회사 입장에서 매년 100명을 뽑다가 120~130명으로 늘릴 수는 있어도 200명을 선발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로스쿨생에 대해)“수십년간 검증된 연수원 출신이 아닌 로스쿨생이 차별 받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법조계는 결국 원하는 것은 로스쿨생의 실력이다. 그러나 로스쿨쪽에서는 내년 처음 실시되는 로스쿨 졸업생 대상 변호사 시험이 사실상 사법시험보다 더 쉬운데도 최소한의 자질만 보는 자격시험을 요구하며 문제 난이도도 더욱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로스쿨생의 변호사 자격시험은 합격자의 시험성적도 공개하지 않는다. 최고 난이도라는 사법시험을 통과하고도 3년 내내 시험으로 평가 받으며 1,000명이 1등부터 1,000등까지 확연히 드러나는 사법연수원생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로스쿨생은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육두품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에서 자신을 멈추고 더 쉬운 코스를 주장할 때 이미 험난한 과정을 거친 연수원생들은 더욱 빛이 날 수 밖에 없다. 로스쿨이 더 쉬운 변호사 자격을 요구할 때 로스쿨생이 가질 변호사 자격의 무게는 더욱 가벼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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