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다리 아저씨 캐디'가 갤러리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90년대 대학과 실업 배구에서 2m의 장신 레프트(왼쪽 공격수)로 코트를 주름잡았던 구본왕(40)씨다. 고질적인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은 그는 1999년 LG화재(현 LIG손해보험)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했다.
은퇴 후 김세진·신진식·후인정 등 동기들이 펄펄 나는 모습을 보며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그는 우연히 골프와 인연을 맺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2003년 지인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그는 입문 한 달 반 만에 3개월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골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처음에는 골프를 우습게 봤다가 몸살이 났다"는 그는 이븐파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2006년부터는 전문 캐디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태현·황재민 등 주로 남자 프로골퍼와 함께하다가 올 들어 여자선수의 골프백을 메기 시작했다. 이번 BS금융그룹 서울경제 여자오픈에서 이민영(20·LIG)과 6경기째 뛰고 있다.
선수에서 조력자로 배역이 바뀐 느낌은 어떨까. "운동을 해서 그런지 성취감에 대한 욕심이 큽니다. 선수로서 직접 뛰지는 않지만 제가 돕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때 맛보는 대리 만족도 예상보다 굉장하지요."
이민영과의 호흡도 잘 맞는다고 한다. 이민영은 지난달 러시앤캐시 클래식 5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3위 등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구씨는 "이민영 선수가 우승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면서 "운동 선배로서 경기 흐름을 타는 요령과 상대 선수와의 기 싸움, 근성 등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각종 골프 티칭 자격증을 보유한 그는 전문 캐디로 더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세미프로 테스트에 도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