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구조조정 경영자시장 유연화"대담: 김준수 정경부장 jskim@sed.co.kr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순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끈 강봉균 원장이 KDI에 입성한지 1개월이 되고 있다.
강 원장은 부임후 첫번째 강연회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정면으로 비판, 재정경제부와 한은간의 금리인하 논쟁을 가열시켰다.
업무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는 강 원장을 KDI 집무실에서 만나 경제 현안과 대책 등을 들었다. 강 원장은 "한은이 통화정책에 자신이 없는 것 같다"며 "경기ㆍ물가ㆍ시중자금 흐름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않는 것은 중앙은행의 역할이 미흡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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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원장은 또 "미ㆍ일 경제가 불투명해지면서 하반기 5% 성장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하반기의 재정정책 등을 지금 준비해야 한다"며 "진정한 구조조정은 능력이 없는 경영자는 바로 교체하는 경영자시장의 유연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서 우리 경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크게 몇 가지 논쟁포인트가 있어요. 첫번째는 소위 정보화 혁명으로 인한 신경제에 관한 논쟁입니다. 즉 미국 경제는 신경제로 종래 이론으로는 장기호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측과 비록 신경제이지만 경기변동을 초월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니까 제 생각으로는 신경제라도 경기변동의 사이클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부시행정부의 성격입니다. 새로 출범한 부시 행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이나 자세가 어느 정도 되냐에 대한 것입니다.
기업인 출신들이 대거 들어왔기 때문에 경기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경기 악화를 클린턴 행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기 위해 금년에 경기가 나쁜 것은 별로 신경쓰지 않고 내년부터 살릴 것이라는 정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감세와 금리정책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감세정책은 별로 큰 효과가 없고 금리가 증시에 민감하기 때문에 금리를 어떻게 빠른 속도로 조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감세나 금리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재정측면에서의 감세정책은 반대합니다. 외환위기 이후에 어쨌든 재정적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재정수지를 개선해야 합니다.
세율은 한번 낮추면 낮춘 세율만큼 세입기반이 계속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정지출은 1번만 효과를 내면 됩니다. 금년 하반기에 대외여건이 나빠지면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경제가 복합 불황으로 더욱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일본은 10년동안 불황인데 올해는 플러스 성장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거의 무산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미국과 일본 경제가 동시에 불황을 겪고 있다는 것이 걱정입니다. '금융'의 글로벌화가 진행된다고 '침체'의 글로벌화가 진행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웃음). 일본은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일본은 불황이 장기 지속되니까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자꾸 늘어나고 건실한 기업도 자꾸 부실해집니다.
우리가 흔히 일본을 이야기 할 때 구조조정의 실천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도 말하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구조조정의 짐도 커졌습니다. 일본을 거울삼아 구조조정을 잘하면서 경기도 유지시키는 것이 최선의 정책입니다.
차선책은 구조조정에 최선을 다하고 경기부양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쁜 정책은 구조조정은 안하면서 경기만 부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악의 정책은 구조조정도 신통치 않고 경기부양도 안하는 것입니다.
경기부양을 이야기하면 기업구조조정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제가 말하는 경기부양은 대폭적인 경기부양이 아니라 대외여건이 나빠짐에 따라 경기가 나빠지는 것을 막을 정도의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정도 부양으로는 부실기업이 호전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건실한 기업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우리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나빠지고 있습니다. 올해 경기를 어떻게 보고 대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우리 수출시장의 35%이상을 차지하는 미ㆍ일 경제의 둔화와 이에 따른 엔ㆍ달러 환율 급등은 우리 실물 경제는 물론 자본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의 추이를 볼 때 대외여건에 충격적인 요소만 보면 금년에는 대체로 4%대의 성장률과 3~4%의 물가상승률, 100억~150억달러의 경상수지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하반기에 5% 성장을 전망했지만 미ㆍ일경제가 더 나빠지면 가능할지 걱정이 됩니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를 겨냥해서 경기부양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환율ㆍ금리정책 등은 그 때가서 준비해도 괜찮지만 재정정책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원장님이 금리인하를 주장하면서 한은을 비판하자 한은이 독립성을 주장하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은이 너무 자신이 없는 것 같아요.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미ㆍ일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경기부양책으로 금리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재경부나 KDI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한은의 고유 권한입니다.
그러나 한은은 KDI 같은 연구기관, 전경련 같은 기업, 금융기관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어서 판단해야 합니다.
여러 기관의 의견을 들어서 나쁠 것이 없는데 이를 압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은의 자신감 부족때문입니다. 금리가 한은의 고유권한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은 너무 관료적입니다.
학자들이나 기관들이 여러 의견을 낼 때 한은도 입장을 밝혀서 심리를 안정시켜서 불안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앙은행으로서 성숙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화정책은 경기ㆍ물가ㆍ시중자금 흐름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운영되어야지 물가만을 생각한다면 중앙은행의 역할이 미흡한 것입니다.
-지식산업 등 우리 경제의 중장기비전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경부와 공동으로 10년 발전계획 등을 연구하기로 한 것은 어떻게 진척되고 있습니까.
▦KDI, 재경부, 전경련으로 구성되는 총괄반과 각 분야별로 소관부처, 해당 연구단체 등이 참여하는 전문분과로 이원화 체제로 운영될 것입니다.
KDI가 중심이 되어서 과연 어떤 산업에서 우리 경제가 앞으로 먹고 살 것인지를 찾아볼 계획입니다. 각 분야에서 관심있는 분들은 다 오라고 해서 토론하는 가운데 지식인 집단간의 합의를 이뤄가는데 의미를 둘 것입니다.
/정리=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사진=김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