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시장 개입불구 달러당 115.81엔 폭등
일본의 경제당국이 엔고 추세를 잡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 17일부터 연쇄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달러당 122엔대를 전후해 안정세를 보이던 엔화 가치는 테러 참사로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고조됨에 따라 급등, 2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15.81엔까지 치솟았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15엔대로 돌입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이대로 엔고 추세가 진행될 경우 가뜩이나 위태로운 일본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출 감소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는 물론, 수출기업이 경영난에 빠질 겨우 주가 하락과 부실채권 증가, 경기 악화 등 그 영향은 꼬리를 물고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전세계 규모의 경기 둔화로 인해 일본의 무역수지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
지난 8월의 무역흑자는 3,200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무역흑자폭이 줄어든 것은 14개월째.
여기에 테러라는 돌발변수에 따른 미국의 경제 불안과 엔고 현상까지 겹친다면 일본의 경제사정은 빠른 속도로 악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눈 앞에 두고도 경제 당국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일본은행은 최근 미국, 유럽의 중앙은행과 함께 기준금리를 낮춘데 이어 달러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직접 개입도 세 차례나 단행했다.
일본은행이 엔고 저지를 위해 달러 매입에 나선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7개월만에 처음. 시오가와 마사주로(?川正十郞) 재무성 장관은 21일 3번째 시장 개입 직후 "시장 추세를 봐서 개입할 때는 개입하겠다"고 확언했다.
하지만 당국의 이 같은 적극적인 자세가 가져오는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17엔대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리 시중에 엔화를 쏟아내도 미국 시장이 조금만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도 투자가들은 곧바로 엔화를 사들이기 때문.
일본은행은 수 차례의 시장 개입을 통해 엔고를 저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시장에 던졌지만, 미국에 대한 시장의 불안 앞에서는 일본은행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은행이 아무리 애를 써도 단독으로 시장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는 없다며, 달러화 폭락을 막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공조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