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생존 몸부림] "돈되는건 모두팔자" 자금확보 비상

보유유가증권 처분·알짜부동산등 줄줄이 매물로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팔아 현금을 확보하라.' 국내외의 경기둔화와 주식시장의 약세로 돈줄이 마르고 있는 기업들은 요즘 자금확보에 초비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판국에 미국의 테러 사태까지 겹쳐 내수감소ㆍ수출둔화로 몇몇 우량기업을 제외하고 돈 구하기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밑져가면서까지 '물건'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더 큰 걱정은 '경기가 안 좋고 앞으로 더 안 좋을 것 같다'고들 하니 사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내놓을 자산도 별로 없지만 팔려고 해도 원매자가 없으니 알짜배기까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 핵심사업 빼고 모두 판다 '나부터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계열사지분 등 투자유가증권 처분에 주력하고 있다. 두산은 오비맥주 주식 등을 매각해 5,6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한솔제지는 팬아시아페이퍼 지분을 정리해 5,300억원의 긴급자금을 수혈했다. 현금흐름이 괜찮다는 평을 듣고 있는 제일제당 역시 삼성전자와 마크로젠 지분을 매각(매각대금 753억원)했다. 앞으로 수익을 보고 투자했던 기업들의 지분을 더 갖고 있기보다는 지금 처분해 비상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투자유가증권 처분과 함께 굳이 부동산을 갖고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살고 있는 집'을 내놓는 회사들도 수두룩하다. LG투자증권은 사옥을 증권예탁원에 매각하고 '본가'인 그룹의 LG트윈빌딩에 세를 들기로 했다.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부도를 맞은 삼양식품은 알짜배기 땅인 수송동 사옥을 본전보다 밑지고 팔았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 움켜쥐고 있던 자사주를 팔아 돈을 마련하는 기업들도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LG전선과 LG건설은 자사주를 팔아 각기 200억원과 159억원을 조달했으며 대림산업은 150억원, 신세계는 79억원, 연합철강은 68억원을 마련했다. ◇ 여유자산 없는 기업은 하루하루가 불안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팔 재산이 거의 바닥났고 돈을 꿀 곳도 없는 기업들이다. 중견기업 S사 자금담당 임원은 요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연말에 회사채 100억원어치가 만기되지만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돌자 돈 빌려줄 곳은 없고 차환발행도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려 하고 있는데 미국의 테러 참사가 터져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연신 담뱃불을 붙였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 경기도 안산의 K사. 올들어 공장부지와 투자유가증권을 매각해 200억원을 마련해 급한 불을 끄고 약간의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경기가 더 하강할 경우 1년을 버티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회사 재무담당 강모(41) 이사는 "미국의 보복공격 후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2차 테러가 터질 경우를 대비해 지방의 다른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액이 크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 벤처기업들은 가지치기 지난 99년 벤처 열풍으로 주력사업 외에 다른 사업부를 잇따라 신설한 벤처기업들 역시 가지치기에 심혈을 쏟고 있다. H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회사조직 규모를 키워왔던 많은 벤처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생존전략 차원에서 기업을 분할하고 사업부서를 분리하는 작업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벤처업체로 꼽히고 있는 메디슨은 7월 오스트리아 자회사 크레츠테크닉사를 매각한 후 사업역량을 기업분할에 맞추고 있다. 당초 오는 11월 초음파진단기를 생산하는 메디슨과 바이오 벤처투자사인 메디슨에코넷으로 기업을 인적분할하기로 했지만 세부사항 확정이 늦어지면서 내년 1월로 일정을 미룬 상태다.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업분할과 달리 사업부 분사는 더욱 활기를 띠는 추세다. 시공테크는 문화 컨텐츠 사업을 분리해 독자법인 설립을 꾀하고 있다. 박기석 사장은 "독자법인 설립을 위해 현재 정부기관으로부터 5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분사가 마무리되면 지난해 말 170명이었던 종업원수가 100명으로 줄어드는 등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규기자 이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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