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장침체불구 기업자금조달 늘어(’96 증시 결산)

◎발행시장­총 34조6,376억… 공개 1조3,914억 “작년 2.4배”올 증시는 한국판 빅뱅으로 불릴만큼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대대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다. 발행시장의 경우 정부의 물량조정정책에 종속됐던 기업공개제도가 일정요건을 갖추면 언제든지 공개가 가능하도록 바뀌는 등 업무자율화가 확대됐다. 유통시장도 장외주식 전문중개회사가 출범하고 주가지수선물시장이 개설되는 등 증시 전반적으로 선진화된 모습을 구축한 한해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증시가 하반기들어 최악의 침체기를 겪으면서 증시의 주요기능인 기업들의 직접금융 조달과 주식 환금성이 마비되는 등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이에따라 96년 증시는 증권제도 개선등 획기적인 증시자율화 정책에도 불구, 상장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는 어느해보다 고통스러웠던 한해로 기억되고 있다.<편집자주> 올해 발행시장은 주식시장의 침체로 유상증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기업공개가 상대적으로 확대돼 전체적으로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늘었다. 올 한햇동안 기업들이 주식과 회사채발행을 통해 조달해간 자금은 34조6천3백76억원으로 지난해의 28조1천4백72억원에 비해 23.1%가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기업공개가 1조3천9백14억원(납입기준)으로 지난해의 5천8백1억원에 비해 무려 1백39.9%나 증가했으나 유상증자는 3조6천4백47억원으로 지난해의 5조5천8백39억원보다 34.7%가 감소했다. 유상증자가 주식시장 침체로 감소한 반면 회사채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29조6천15억원으로 지난해의 23조5천8백12억원에 비해 26.9%나 증가해 대조를 이루었다. 기업공개의 경우 올해는 주택은행, LG반도체, 현대전자 등이 각각 2천억원대의 공개 물량을 쏟아 부었으며 기업공개의 자유화, 상호신용금고의 공개허용 등으로 올해 공개물량은 지난 89년(3조5백9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개물량 증가와 주식시장 침체로 올해 기업공개 회사의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지난해의 평균 68.5대1보다 낮은 54.5대1에 불과했다. 또 청약경쟁률이 10대1에 미달해 추가납입이 불가피했던 경우도 현대전자 등 17건에 달했으며 시장조성 건수도 지난해의 5건에서 올해는 19건으로 급증했다. 유상증자의 감소는 지난 9월부터 3년간 주당배당금이 평균 4백원(중소기업 3백원)이상인 기업에 한해서만 유상증자가 허용된 것이 주가하락과 맞물린데 따른 것이다. 기업별로는 대기업의 유상증자가 지난해보다 37% 감소했지만 중소기업은 12%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발행이 올들어 급증함에 따라 회사채발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의 78%에서 올해는 85%로 높아졌다. 회사채발행의 또 다른 특징은 우성, 건영등 기업들의 연이은 부도사태로 인해 무보증채권 발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올들어 지난 11월말까지 무보증회사채 발행실적은 2조3천5백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7%가 줄어들었다. 기업들의 해외증권발행은 주가하락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주가에 연동된 주식예탁증서(DR)보다는 전환사채(CB)를 선호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에따라 지난해 7억5천1백만달러였던 해외전환사채발행이 올해는 14억9천6백만달러로 99%나 증가했지만 주식예탁증서는 금융기관에 대한 발행이 허용됐음에도 7건, 9억6천3백만달러에 그쳐 지난해의 9건, 13억1천만달러보다 금액으로 26%가 줄어들었다.<정완주> ◎연초보다 237P급락 ‘액운의 해’/유통시장­1년 내내 경기·수급 ‘그늘’ 막판 노동법 ‘결정타’ 종합주가지수 8백88.85로 시작한 96년 주식시장은 폐장일인 27일에는 연초보다 2백37.63포인트(26.7%)나 떨어진 6백51.22포인트로 마감됐다. 95년초 1천13.57포인트로 시작된 주가지수가 2년사이에 무려 3백62.35포인트(35.7%)나 떨어져 투자가들은 고통과 절망에서 신음한 한해였다. 비자금파문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된 96년주식시장은 연초 우성건설부도와 경기침체 우려로 3월 중순까지 지수가 옆걸음질치는 횡보장세가 전개됐다. 4월들어 4월1일의 외국인투자한도확대와(15%에서 18%로) 4·11총선에서 여당승리를 계기로 고객예탁금이 늘어나면서 5월7일에는 지수가 한때 9백86.85까지 오르면 지수 1천포인트시대 재진입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다. 그러나 반도체가격의 하락이 가속화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금리상승, 고객예탁금감소, 신용증가부담, 정부의 한통주매각 등 물량압박, 금융권사정설과 일부그룹 자금악화설 등 악재가 쏟아져 주가는 다시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10월1일의 4차 외국인한도확대(18%에서 20%로)와 근로자주식저축시행 등으로 10월중 8백42.28포인트까지 반등을 시도했지만 경기 침체와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아 무산되고 말았으며 폐장을 이틀앞둔 26일 여당의 노동관계법의 기습통과와 이에따른 파업확산우려도 결국 폭락장세로 96년증시를 마감하고 말았다. 이로인해 연초 1백41조원이었던 상장사전체 시가총액이 연말에 1백17조원으로 줄어들어 투자가들의 투자손실 규모가 엄청났음을 입증해주었다. 12월 24일 현재 고객예탁금은 2조3천6백85억원으로 지난 5월11일의 3조3천2백53억원에 비해 9천5백68억원이나 줄어들었으며 연초에 비해서는 1천2백18억원(5.4%)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일평균 거래량도 2천6백54만주로 지난해의 2천6백10만주보다 1.7%늘어나는데 그쳤다. 투자 주체별로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3조7백8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증권사, 투신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2조7백45억원을 순매도해 장세를 압박했으며 개인투자자들도 1조3천4백21억원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장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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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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