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회사의 예를 들어보면, 한 명의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데 평균 8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신규 가입자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광고비·판촉비·신용조사비 등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치한 신규고객은 첫해에는 신용카드 사용량이 많지 않고, 따라서 기업의 수익 또한 크지 않다. 하지만 그 이듬해가 되면 이 고객은 신용카드 사용량을 늘리게 된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데 익숙하게 되고 신용카드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함에 따라 카드 사용량이 늘기 때문이다. 2년, 3년 해를 거듭할수록 사용량이 늘어나고 카드회사의 이익도 급증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 가입자가 최소한 3년 정도는 고객으로 머물러야 카드회사는 그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든 비용을 회수하고 드디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한다.이렇게 한번 고객으로 맞아들인 소비자를 계속 단골고객으로 묶어두는 것이 기업에는 수익성이나 현금흐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데 우리 기업들은 이에 대한 연구나 대책을 잘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분의 고객이 떨어져나가면 그만큼을 또다른 고객들로 채우면 그만이지 않느냐는 식의 대응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런 안이한 대응이 기업의 수익성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를 안다면 그렇게 안이하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일례로 매년 비슷한 수의 고객을 유치하는 두 백화점이 있는데 한 백화점은 90%의 단골고객 점유율을, 다른 백화점은 85%의 단골고객 점유율을 보인다. 그런데 이익규모는 앞의 백화점이 두 배로 크다고 한다. 단골고객 점유율 5%의 차이가 이렇게 큰 이익차이를 가져다준다. 단골관계에 있는 고객들은 더 많이 구매하면서도 시간은 오히려 덜 빼앗고 가격에도 덜 민감할 뿐만 아니라 신규고객을 끌어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고객확보나 초기관계의 수립에 드는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단골고객 점유율을 향상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왜 고객이 오래 기업에 머물지 않고 이탈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분석은 물론 유쾌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무엇인가 좋은 면, 잘되는 사항을 보고받고 싶어하지 나쁜 점, 실패원인 등에 대해서는 뒤로 미루거나 아예 반응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기업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유능한 경영자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이탈하려는 고객들의 의견을 겸허히 청취해야 한다. 그들의 음성에서 기존고객을 든든히 묶어둘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도요타(豊田) 자동차의 렉서스(LEXUS) 본부는 모든 요원들에게 매달 최소한 4명의 고객과 면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미국의 어느 신용카드회사는 모든 경영자에게 고객 불만처리부서로 걸려오는 전화통화 내용을 경청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텍사스에 있는 USAA라는 보험회사는 고객과의 전화통화시 어떤 제안이나 불평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감지할 수 있는 ECHO라는 온라인시스템을 가동할 정도로 고객이탈 방지를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있다.
고객이탈 방지를 통한 단골고객 확보는 기업의 생명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이 왜 떠나려고 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들을 붙잡을 수 있는지 노심초사해야 한다. 이 점에 우리 기업들도 눈을 크게 떠야 할 때다. 빚을 얻어 기업을 확장하는 것보다 수익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