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자본 썰물 충격 줄이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08년 11월부터 추진해온 양적완화의 출구전략 로드맵을 공개했다. FRB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10월부터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11월부터는 전대미문의 비통상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돌입했다. 본원통화 규모가 양적완화 정책 시행 전 2008년 10월 1조1,000억달러에서 현재 3조1,000억달러로 2조달러나 늘어났다.

경상수지ㆍ해외 자금 관리 강화해야

지금은 매달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채권과 45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는데 이 채권 매입 규모를 연말부터 줄이기 시작해 내년 중반에 중단한다는 것이다. 그 후에도 상당 기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유지한다고 밝힘으로써 비정상적으로 많은 유가증권을 상당 기간 보유할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당장 돈을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라 돈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0~0.25%인 연방기금 금리는 실업률이 6.5% 이하, 1~2년 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2.5% 이상인 경우 올리기 시작할 것인데 2015년께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특히 그동안 미국ㆍ유럽ㆍ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자본 유입으로 신흥시장국은 상승하던 주가ㆍ채권ㆍ통화가치가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 그동안 늘어난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금리가 높고 수익률이 좋으며 통화가치 절상도 예상되는 신흥시장국으로 흘러 들어갔는데 이제 달러화 가치가 강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자 일제히 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트리플 약세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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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신흥시장국에는 자본 이동의 물때가 밀물에서 썰물로 바뀌는 시점이다.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FRB 보유 유가증권을 매각하기 시작하면 유출은 가속화될 것이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유로존도 내년쯤에는 출구전략을 고민할 것이고 뒤이어 일본도 따라갈 것이다. 대응 정책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문제는 이처럼 자본 이동의 물때가 바뀌는 시점에 언제나 신흥시장국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1997년 위기 이전 1994년 2월~1995년 2월, 2008년 위기 이전 2004년 6월~2006년 6월 중의 썰물이 그랬다. 이번에는 미국만이 아니고 유로존ㆍ일본의 출구전략이 뒤이을 것이므로 상당 기간 썰물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7ㆍ2008년에 위기를 겪은 한국으로서는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자본 이동 썰물 시 위기가 발생하는 국가는 외환 보유액이 외채보다 적고 경상수지가 적자이거나 흑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가지게 되는 국가이다.

현재 한국은 외환 보유액 3,281억달러, 외채 4,103억달러로 외채/외환보유액 비율이 125%로 2008년 말의 158%에 비해 개선됐고 총외채 중 단기외채비율도 47%에서 30%로 좋아졌다. 경상수지도 적자였던 2008년 초와는 달리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당장은 문제의 소지가 적어 보인다.

자유 환율제도 등 재검토도 필요

그러나 올 1ㆍ4분기 말 현재 외국인 투자 자금이 주식 4,601억달러, 채권 1,098억달러로 만만치 않은 규모다. 주가ㆍ채권가격 하락과 원화 약세가 예상되는 경우 의외의 충격이 올 수도 있다. 또 하나는 경상수지가 지난해 이후 월평균 수출은 0.35% 감소하고 수입은 1.13%나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를 보인다는 점이다. 원ㆍ엔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할 경우 1997년과 2008년 위기 때처럼 급격히 경상수지가 줄어들 소지도 있다.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도 1.00%포인트를 넘어섰다.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처럼 선진국에 의한 자본 이동 변동성의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 지금과 같은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환율제도가 과연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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