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금융복합점포 '합성의 오류' 우려

남상욱 서원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


서원대학교 남상욱 교수


12년이 흘렀다. 지난 2003년 8월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소위 방카슈랑스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때가 벌써 아련하다.


원래 방카슈랑스는 1980년대 말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에서 시작된 것으로, 당시 유럽에서는 저물가 속에 보험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이 늘어나면서 사적연금 수요가 꽤 증가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유럽 은행들의 시선은 보험 시장으로 쏠렸고 은행들은 궁리 끝에 창구에서 보험을 취급해 보험판매수수료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는 묘안으로 방카슈랑스를 발굴했다. 물론 이때 내세운 거대한(?) 명분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원스톱 금융쇼핑 지원과 금융유통망 단순화를 통한 보험료 인하 유인, 그리고 금융업종 간 시너지 제고였다.

보험까지 포함 땐 부작용 속출

여하간 방카슈랑스의 속사정이 어떻든 중요한 것은 하나다. 말 그대로 과연 은행의 보험상품 판매가 금융소비자에게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편익을 줬고 금융업권 간 시너지 효과도 정말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까지 그 어떤 이도 "확실히 그렇다"는 말을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매한가지다. 돌아보면 그간 은행의 부당 보험계약 권유와 체결, 금융업권 간 불편한 마찰 등 갖가지 문제가 쉼 없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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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사이 이 방카슈랑스에서 더 크게 나간 복합점포라는 것이 다시금 뜨겁게 불을 지피고 있다. 복합점포는 쉽게 말해 은행·증권회사가 서로 고객 정보를 공유하면서 상호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공동매장으로 금융당국은 이 복합점포를 통해 금융회사 간 시너지 효과와 소비자의 원스톱서비스 제공을 지향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 좋다. 그런데 문제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다.

금융당국의 기대대로 복합점포를 은행과 증권업에서 활용하면 양 업권의 시너지 제고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거기에 보험권까지 함께 집어넣어 합성하면 무릇 득보다 실이 더 커져 여러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충분한 상품설명과 이해가 필요한 보험상품을 복합점포에 몰아넣으면 소비자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진중히 봐야 한다.

더구나 복합점포는 현재 은행이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특정 보험회사 상품을 전체 보험판매 비중의 25%로 제한하는 현행법 규정을 무력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만약 25% 규정이 파괴되면 은행의 시장 편력은 더욱 강해져 자칫 국내 금융업권의 공정경쟁 질서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섬세한 추진을

또한 보험을 포함한 복합점포가 문을 열면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인 듯하다. 하지만 지금도 은행에서는 최소 4개 이상의 보험사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또 소비자는 보험설계사나 대리점·온라인·홈쇼핑 등을 통해 여러 보험상품을 살펴보고 선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복합점포를 통해 소비자가 추가로 얻게 될 편익이 무엇일지 의문이다.

정책은 시간에 쫓기면 안 된다. 설령 기막힌 정책이라도 설익으면 반드시 사달이 난다. 천천히 시간을 갖고 복합점포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자세히 파악해 만에 하나 문제점은 없는지 찾는 것이 우선이다. 섬세하지 못한 정책 시행으로 전체 금융 시장의 실패를 더는 떠안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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