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LIG손보 미국 지점 영업정지… 파장은

해외 진출 금융사 신인도 상처… 매각 작업 차질

공격 영업에 매출 급증 불구 지급여력비율 19%로 급락

금감원 검사팀 현지 급파… 책임준비금 미적립 조사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LIG손해보험 빌딩에 회사를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서울경제DB


한국 보험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LIG손보 해외 지점 영업정지 사태가 단순 회계 처리 잘못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에서 불거진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LIG손보 미국지점이 최근 수년간 매출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이에 따른 책임준비금을 제때 쌓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건전성 관리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진행 중인 LIG 본사 매각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국내에서도 재무 안정성을 우려할 정도로 LIG손보가 지나치게 공격적 영업을 한다는 우려를 제기해왔고 조만간 인수 입찰에 나설 매수 희망자들이 이를 의식해 보다 정밀하게 LIG의 자산과 건전성 상황을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급격한 매출 신장 속 건전성 관리 소홀=LIG 미국지점이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했던 것은 영업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적기에 책임준비금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수입 보험료가 늘어나는 만큼 미래의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적정 책임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LIG손보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미국지점의 매출이 급속하게 늘었는데 이에 맞춰 책임준비금을 쌓지 못하면서 영업정지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LIG손보 미국법인의 당초 자본금은 4,600만달러였지만 매출 신장에 따라 자본금을 책임준비금으로 전환하면서 자본금이 5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미국 금융당국 규정에 따르면 보험사는 건전정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을 70% 이상 유지해야 하지만 LIG손보는 자본금을 책임준비금으로 전환하면서 19%까지 떨어졌다. 이를 발견한 미국 당국이 지난 7일 RBC 기준 미달로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 이러자 LIG손보는 11일 영업정지를 풀기 위해 4,500만달러를 미국 현지로 송금해 자본금을 증액하면서 건전성 기준을 충족시켰다. 한국의 금감원도 이를 뒤늦게 파악하고 현지 조사를 위해 지난주 말 4명의 검사 인력을 파견해 이번 사태가 단순 회계 처리의 미숙에서 발생한 것인지, 본질적인 내부통제 미비에서 나온 것인지를 정밀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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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을 투입하면서 기존 보험의 갱신 영업은 가능해졌다. 13일(현지시간) LIG손보 측은 미국 뉴욕주 금융청 관계자와 만나 자본금 증액이 이뤄진 만큼 신규 영업 재개 여부를 논의한다.

뉴욕주 법에 따르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70% 이하면 영업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본사 매각 차질 빚나=이번 사태가 단순 회계 처리 잘못이든, 구조적인 내부통제 문제이든 간에 LIG손보 국내 본사 매각에 어떤 식으로든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미국 영업이 재개된다 해도 이에 따른 이미지 하락의 여파가 계속될 수 있는 데다 사상 초유의 해외 지점 영업정지 사태에 한국의 금융당국이 제재 여부를 포함해 어떤 사후 조치를 내릴지도 지켜봐야 한다. 해외 점포가 영업정지를 당할 정도로 본사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점과 대내외 평판 하락 등이 매각 차질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미국지점 영업정지 사태를 인지하고 즉각 검사팀 4명을 현지에 파견해 미국지점이 터무니없이 책임준비금을 적게 쌓은 사태의 원인을 정밀 파악 중에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 감독당국은 그동안 보험사 건전성 규제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며 "이번 미국지점 영업 사태로 한국 당국이 관련자들에 대해 무더기 제재를 내릴 수 있어 극도로 긴장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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