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충당부채는 당장 이자를 내야 하는 빚은 아니지만 언젠가 국민부담으로 돌아오는 부채다. 정부가 미래의 잠재적 부채인 연금충당부채 규모를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은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부채의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 나라회계에 부채가 이런 식으로 숨겨져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연금충당부채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나라회계를 선진국처럼 발생주의 방식으로 전환하며 처음으로 실상이 드러났고 이번에 다시 조정하면서 436조원에 이르게 됐다. 정부는 기대여명이 늘어나고 저금리 기조로 연금 수익률이 떨어진 현실을 반영하면서 전년 대비 27% 급증했다고 한다. 이번 조정으로 당분간 급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공무원과 군인의 노후보장을 위해 436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빚 폭탄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데 국민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는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8%로 낮춘 것도 모자라 40%까지 떨어뜨린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특수직역연금의 경우 70%에 이르는 현실은 변함이 없다. 이런 것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현재 2조원 남짓한 혈세보전 규모가 2030년이면 3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연금충당부채의 실상을 공개했다면 하루 속히 특수직역연금 개혁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빚 폭탄이 터지지 않으려면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하는 길밖에 없다. 연금개혁은 속성상 선거를 앞두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한다 해도 과거처럼 시늉만 낼 것임은 불 보듯 자명하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