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불안 충격 최소화를/온기운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기고)

원화환율이 1달러당 1천원을 기록하게 되었다. 95년 7월말에 원·달러환율이 7백56원을 기록했으므로 2년3개월 남짓한 사이에 30%이상 상승한 것이다. 그리고 작년말의 8백84원에 비해서는 13%정도 상승했다.원화환율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폭적인 경상수지 적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즉 작년 한해만 해도 경상수지 적자가 2백37억달러에 달해 대외지불을 위한 대규모의 달러화가 필요했고 이에 따라 달러값이 강세를 지속하였다. 그러나 금년들어 특히 하반기이후 원·달러환율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 경상수지 적자라는 우리나라의 기초적인 경제여건보다는 오히려 동남아 외환위기, 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 대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이에 따른 외국인들의 대한투자심리 위축 등 주로 대외적인 원인이 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7월초 동남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래 태국 바트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하여 40%가까이,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나 말레이시아의 링기트화, 그리고 필리핀의 페소화도 30%전후 가치가 절하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해오던 싱가포르 달러화와 대만 달러화도 동남아 위기의 여파로 10%가까이 가치가 하락하였다. 이러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폭락으로 아시아에 대한 투자에 매력을 잃게 된 외국인 투자가들은 지난달 23일에 발생한 홍콩의 주가폭락, 그리고 이에 따른 세계주식시장의 불안 등이 겹치면서 아시아국가들로부터 대거 자금을 유출시키고 있다. 「유사시 달러화」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최근처럼 각국의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통화가 추가적으로 절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국제투자가들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보유성향을 높이며 이것이 달러화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대부분 나라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의 원화가치 하락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의 환율급등의 가장 큰 요인이 대외여건에 있으므로 앞으로 대외여건이 안정을 되찾아간다면 우리나라의 외환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상수지 적자는 매월 매우 큰 폭으로 축소되고 있다. 또한 산업활동통계를 보면 재고증가율이 9월현재 5%이하로 떨어져 재고조정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음으로써 본격적인 생산확대의 시기가 임박하는 등 실물경제지표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저점이 금년 4·4분기중에 나타날 것으로 본다면 반년께 뒤인 내년 중반이후에는 기업이나 일반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실감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기초적 경제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경제를 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을 바로 돌려놓는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와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경제상황이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이들 국가와 동일시하여 투자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절하는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수출증대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화절하가 국내 기업활동에 필요한 원자재나 자본재의 수입가격을 상승시켜 생산비를 증대시키고 나아가 국내물가를 자극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진다. 또한 원화절하는 달러표시 외채를 가진 기업들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리고 원화의 급격한 절하는 외국투자가들의 국내 이탈을 가속화시켜 주식시장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의 증시 폭락은 바로 환율급등에 따른 외국 투자가들의 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기피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수출증대효과보다는 급격한 원화절하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효과가 보다 크게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되찾기 위하여 대외신인도를 제고하는 노력과 함께 경제체질 강화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금융시장 불안정등 사태악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며 기업은 구조조정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함으로써 환율의 불안이 가져오는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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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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