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부상하는 중국의 숨은 의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회의에 참석하고 왔다. 한국의 21세기평화연구소와 일본의 아사히신문, 중국의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이 해마다 주최하는 회의인데 올해 주제는 일본 대지진 이후의 3국 간 협력이다.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원자력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세 나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원전의 방사능 유출을 계기로 해서 어느 한 나라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는 즉각적으로 이웃나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사고의 예방과 사고 발생시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3국 간 공동대응체제가 필수불가결해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제도적 장치로서 3국 간 에너지ㆍ원자력 공동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는데 중국과 일본의 대표들이 모두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 공동체는 원자력 안전 이외에도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재래 에너지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상호협력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협력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기구가 돼야 한다는 것에도 모두들 동의했다. 한중일은 이전에도 중앙아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의 공동이용을 논의한 적이 있으나 불발에 그쳤다. 자국 이익이 공동 이익에 우선했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협력은 지난 5월 말 세 나라 정상들이 일본 도쿄에서 회동했을 때 그 필요성에 합의한 바 있다.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중국 동부해안에 집중돼 있는 원자력발전소들의 안전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중국이 과연 앞으로 어느 정도 구체적인 합의에 협조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최근 발생한 중국 발해만의 원유 유출 사고는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중국 당국은 사고발생 한 달이 지나서야 발표를 하면서도 유출 원인과 해양오염 범위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에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중국 당국이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참으로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러므로 중국이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행동하게 해야 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은 중국을 동북아 에너지ㆍ원자력 공동체 등의 제도적 틀 속으로 끌어들여서 집단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과연 책임 있는 강대국의 역할을 수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을까.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중국 지도자들은 겉으로는 국제사회에서의 조화와 패권 불추구를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이번 회의에서 중국 측 발표를 보면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눈에 띈다. 중국 측 한 인사는 한중일이 협력해서 지역 통합을 이뤄나가야 하는데 외부세력의 간섭 때문에 지역 통합에 필수적인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설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외부세력은 아마도 미국일 것이다. 나아가 북한 핵문제를 리비아나 이란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고 아시아의 문제이니만큼 한 배를 탄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미국은 배제돼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또 다른 발표자는 한중일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빨리 협상해야 하는데 한국이 미국ㆍ유럽연합(EU)과 먼저 협상하고 일본도 EU와 협상을 먼저 추진하는 것은 역내 협력정신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미국이 싱가포르ㆍ칠레 등 아세안과 중남미 몇 개 나라와 협상 중인 환태평양자유무역에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은 동북아 경제 통합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국 중심의 질서로 재편하려는 숨은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중국이 급부상하고 미국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 위협을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민족통일의 과업을 이뤄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경계의 끈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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