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에 당장 닥친 문제는 조 회장의 거취다. 증선위의 이번 해임권고 의결은 최종결정이어서 행정소송을 통해 해임권고를 취소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지만 효성이 분식회계를 한 사실을 법원에서 인정했다는 점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해임권고를 언제까지 이행해야 한다는 시한은 없지만 보통 다음 주주총회 때 해임안을 처리한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하면 내년 3월 효성 주총 때까지 결정하면 되지만 조 회장은 분식회계와 세금포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1심 결과는 연말께 나올 예정이다.
이 같은 이유로 재계에서는 1심을 전후해 거취를 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효성 관계자도 "재판결과를 지켜본 후 판단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분식회계 문제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의 칼날을 쥐었던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은 '부채비율 200%'를 기준으로 살생부를 만들었다. 효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효성은 부실 덩어리었던 효성물산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반강제적으로 효성물산을 살리면서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분식회계를 했다는 게 효성 측 설명이다. 그때부터 누적돼온 것이 지난해 9월 국세청이 검찰에 8,000억대의 분식회계와 탈세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를 떠난 조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사장과 동생인 조현상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대표를 검찰에 고발, '형제의 난(亂)'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배제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자신이 갖고 있던 효성지분(7.1%)을 시장에 팔고 회사를 떠났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중공업 부문을 맡아 덩치는 키웠지만 3년간 누적적자가 3,640억원에 달했다. 이후 조 회장의 질타와 회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가족과 감정의 골이 깊게 팬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나를 저들의 불법행위에 얽어매려 했고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음해와 모욕을 당해왔다"며 "이번에 모든 불법행위를 바로잡고 정리하기 위해 고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형제간 다툼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한편 일부 증시 관계자들의 예측과 달리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 간 후계경쟁은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암 투병 중인 조 회장이 재판 중인데다 지배구조도 안정적이지 않은 탓이다. 더구나 두 사람의 지분 80% 이상이 금융권 담보로 잡혀 있다. 효성 관계자는 "두 형제가 상의해 차남이 판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며 "평소에도 조현상 부사장이 조현준 사장을 깍듯이 예우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