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규투자 마땅찮고… 금리는 낮고… 대기업 여유자금 단기상품에 몰린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5개사 1년미만 상품에 52조 투자<br>작년 말보다 43%나 늘어


저금리속에 경기불황으로 신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단기금융 상품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넘쳐나는 현금을 주로 1년 미만의 상품에 투자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이자수익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금융투자업계도 많게는 조 단위로 움직이는 기업들의 단기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단기금융상품을 2ㆍ4분기재무제표에 공시한 삼성전자ㆍ현대차ㆍ현대모비스ㆍ기아차ㆍSK하이닉스 등 5개사의 단기금융상품 투자금액은 지난 6월말 52조3,924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36조6,617억원 보다 15조7,707억원(43.06%)이나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0조9,087억원에서 30조2,134억원으로 6,953억원(2.25%)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실적개선으로 늘어나는 현금을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단기금융상품은 보통 3개월에서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환매조건부채권ㆍ기업어음(CP)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에 담긴 자금을 말한다. 단기금융상품은 환매수수료 등 현금화할 때 비용이 발생하지만 현금 및 현금성자산보다 금리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올 들어서 시총 상위사 대부분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줄이고 단기금융상품으로 자금을 옮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17조3,979억원)보다 10조4,056억원을 늘린 27조8,035억원을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8조7,915억원에서 17조9,245억원으로 4.61% 줄였다. 현대차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6.09% 줄인 6조3,753억원이었지만, 단기금융상품은 27.84%(3조4,483억원) 증가한 15조8,32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도 단기금융상품이 11.95%(3,979억원) 늘어난 2조5,999억원, SK하이닉스도 71.36% 급증한 1조9,299억원을 보였다. 시총상위기업 중에서는 기아차만 현금 및 현금성자산(2조8,367억원)과 단기금융상품(3조806억원)이 각각 49.04%, 30.1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저금리에서 찾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5%로 시중금리가 3%도 안 되는 저금리현상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수익이 더 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에 담아두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기업들은 하반기에 투자를 늘릴 경우 단기금융상품 투자비중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출과 수익, 채권만기 등으로 현금이 늘어나면서 올들어 단기금융상품에 들어간 돈도 많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하반기에 투자를 집행하면 줄어들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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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측도 "단기금융상품은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현금성 자산으로 봐야 한다"며 "반도체업체 특성상 투자할 때 들어가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많은 현금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어떤 단기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지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금보유를 어떤 식으로 나누는지는 기업내 재무팀이 결정하는 고유의 권한"이라며 "어떤 상품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올 들어 대기업 자금이 단기금융상품에 몰리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관련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현금자산을 워낙 보수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유치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 대형증권사 법인영업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기업들은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증권사에서 적극적인 노력해도 자금유치가 굉장히 힘들다"며 "대기업이 원하는 상품들을 엄격하게 선별해서 가져가야만 자금을 끌어 올 수 있다"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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