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만의 대한민국도, 진보만의 대한민국도, 호남만의 대한민국도, 영남만의 대한민국도, 강남만의 대한민국도, 강북만의 대한민국도 없고 오로지 대한민국만 있을 뿐이다.”
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면 했을 법한 연설문으로 그가 4년 전 존 케리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찬조 연사로 나서 “검은 미국도, 흰 미국도, 라틴계 미국도, 아시아계 미국도 없고 미합중국만 있을 뿐”이라라 역설한 것을 우리 사정에 적용해본 것이다.
"의견이 다를 때 더 경청" 밝혀
드디어 공식적으로 오바마의 시대가 열렸다. 미국 헌정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취임 직전 오바마의 지지율은 역대 최고인 80%까지 치솟았다. 국민들이 오바마를 이렇게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요인의 핵심은 다름 아닌 ‘통합의 리더십’이다. 오바마는 미국 건국 당시 수도였던 필라델피아에서 ‘통합열차’로 명명된 특별열차를 타고 ‘링컨의 길’을 따라 입성, 지난 18일 링컨기념관 앞에서 ‘우리는 하나(We are one)’라고 외쳤다.
단순한 구호에만 그친 게 아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부터 자신을 철저히 무시해온 정적 엘리자베스 스탠턴을 공화당 인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시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과 같이 오바마는 경선 당시 최대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등 경쟁자들을 내각에 과감히 끌어들여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오바마의 자신감이 나타나면서 내각을 격렬한 토론장으로 만들어 창조적 아이디어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까지 읽을 수 있다. ‘지연ㆍ학연ㆍ혈연 없이는 불안을 느끼는 지도자’ ‘익숙한 것에만 의존하는 지도자’ ‘나와 다르다는 것은 위험으로 간주하는 지도자’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또 오바마의 통합적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배려’를 기초로 한다. 국민 개개인에게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하고 또 실제 그렇게 노력했다. 오바마는 대통령 당선 연설에서 “메인스트리트(서민층)의 고통으로 월스트리트(부유층)가 풍요를 누려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면서 “우리가 맞닥뜨린 도전에 대해 여러분에게 솔직하게 말할 것이다. 여러분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더욱 더 여러분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라고 선언했다.
국민들의 고통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그들의 특정한 요구를 이해함으로써 국민들이 개별적으로 존중 받는다는 것을 느끼는 이상 많은 국민이 이미 ‘오바마 사람’이 돼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다 보니 오바마 캠프 운동원들은 ‘오바마의 부하’가 아니라 ‘오바마와 파트너’ 같은 느낌으로 일했다고 한다. 치열한 선거전에서 힐러리 캠프는 운동원들로 북적거렸지만 오바마 캠프에는 운동원들이 별로 없었고 한다.
오바마 캠프 운동원들은 캠프가 아니라 유권자가 있는 현장에 있었고 힐러리 캠프 운동원들은 입으로만 운동을 하면서 현장이 아닌 캠프 본부에서 힐러리에게 잘 보일 궁리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이다.
신뢰 얻는 포용의 리더십 기대
물론 오바마 앞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미국경제는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다.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상징되는 일방주의 외교ㆍ안보 노선은 미국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골칫거리다.
그러나 오바마는 그의 당선 연설에서 제시한 것처럼 “정직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여러분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더욱 더 여러분의 의견에 귀 기울이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지도자에게는 많은 국민들이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정말 부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