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의 직원 24명을 거느린 S염색공장은 요즘 밀려드는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 5년 동안 꾸준한 설비투자를 진행한 끝에 최신예 전자동 염색설비를 들여온 후 해외 주문물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자금력 때문에 최신 설비를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중소 염색사들이 염색물량을 번번히 중국 쪽에 넘겨주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A사장은 “매년 10억원씩 5년 동안 투자해 비로소 전자동 설비를 갖추자 해외물량이 급속도로 늘어났다”며 “작업자의 눈대중으로 공장을 운영하던 과거의 염색가공설비로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30년 가까이 염색업을 하던 업체들이 더 이상의 설비투자는 물론 공장 운영비도 뽑기 힘겨울 정도로 빚 독촉에 시달리다 아예 공장 문을 닫기 일쑤”라며 “국내에 섬유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소연했다. 한국 섬유산업에 ‘제2의 르네상스’를 열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섬유ㆍ패션업 관계자 등 700여명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섬유산업 구조혁신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섬유인들의 대부분은 이번이 한국 섬유산업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활로를 뚫을 힘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는 듯했다. 하명근 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섬유산업은 우리나라 무역흑자의 31%를 차지하는 수출 효자 산업이면서도 정부 지원은 전체 산자부 예산 중 1%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강제섭 한나라당 최고대표위원은 이와 관련, “지난 3월 수립된 ‘섬유ㆍ패션 구조혁신전략’ 추진에 필요한 예산이 이번 국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윤성 산자위 위원장도 “우리나라 전통산업이면서 최고의 고용산업인 섬유ㆍ패션 산업을 미래 첨단산업으로 육성ㆍ발전시킬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에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인도 등은 자국 내 섬유산업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이 선행될 경우 국내 섬유산업이 제2의 르네상스를 구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경우 99년 섬유산업구조개선 임시조치법을 제정한 후 꾸준한 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섬유비전정책을 활용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돕고 있다. 인도 역시 97~99년 기술향상기금계획에 따라 섬유설비의 현대화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미국과 EUㆍ호주 등도 기금을 통해 섬유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