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이후 외국계 펀드들이 내수관련주와 제약ㆍIT부품주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들이 유가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경기 둔화 등 해외 변수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섹터의 개별 우량종목 위주로 매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7월 이후 이달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계 펀드의 지분 5% 이상 신규취득공시 건수는 29건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전체 지분변동신고 건수(147건)의 19.7%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이 신규로 지분을 5% 이상 사들인 종목은 음식료를 비롯한 내수주와 제약주ㆍIT부품주 등에 집중됐다.
미국 국적의 티로우인터내셔널은 오리온 지분 5.49%를 신규 취득했고 홍콩 국적의 JF에셋매니지먼트도 오리온 주식 5.04%를 새로 사들였다. 또 산사캐피탈매니지먼트(미국)는 크라운제과 5.98%를, 룩서캐피탈파트너스오프쇼어(케이만제도)는 패션의류업체인 F&F 지분 5%를 신규 취득했다.
제약주 가운데서는 매슈스인터내셔널캐피탈매니지먼트(미국)가 한미약품 5%를, 스팍스인터내셔널(홍콩)은 SK케미칼 5.04%를 새로 사들였다.
외국계 펀드들은 현대백화점ㆍ동양백화점ㆍ신원ㆍ한섬ㆍ제일모직ㆍ보령제약ㆍ웅진씽크빅ㆍ빙그레ㆍLG생활건강 등 내수ㆍ제약주의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상반기 수출주보다 내수 업종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며 “하반기에도 세계 경기의 위축 가능성으로 수출 관련 기업의 실적부진이 우려되는 반면 국내 경기 둔화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수주 위주로 외국인들의 지분매입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외국계 펀드들은 시황 부진이 예상되는 화학ㆍ시멘트 관련주의 지분을 줄이고 있다. 영국 국적의 슬로안로빈슨은 한화석유화학의 지분율을 지난 6월 말 5.07%에서 이달 8일 3.52%로 줄였고 레인보우펀드(미국)는 하반기 들어 한국쉘석유의 주식을 1.02%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8.35%로 줄었다. 또 JF에셋매니지먼트는 같은 기간 LG화학 주식 0.84%를 매도, 지분율이 4.97%로 떨어졌다.
GMO이머징마켓펀드는 하반기 들어 고려시멘트 주식 5.38%를 전량 매각했고 캐나다 국적의 메킨지컨딜리커버리는 8월 초 효성(6.32%), 영원무역(8.9%), S&TC(8.67%)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이 큰 종목들의 외국인 지분도 줄었다. ABN암로뱅크는 7월 이후 피혁원단업체인 나자인 지분을 21.74%에서 19.68%로, 에스씨에프는 9.63%에서 6.74%로 줄였다. 피드로우프라이스스톡은 전분업체인 삼양제넥스 지분을 5.44%에서 4.42%로 1.02%포인트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