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러 대선 출마 선언 푸틴 총리

천연가스 무기화 가속… '러시아판 유로존' 구축 꿈꾼다<br>공급 조절로 舊소련국 압박<br>'에너지제국 차르' 등극 야심 유라시아 동맹 창설도 적극<br>"석유수출 의존 탈피 못할땐 심각한 재정난 직면" 지적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크렘린궁 복귀를 앞두고 러시아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그는 과거 대통령 재임시절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러시아를 오늘의 강대국으로 끌어올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대국 재건'을 앞세워 국민들의 자존심을 되살려냈다. 국제사회에서는 푸틴의 대선 출마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최근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자본 이탈 움직임이 상당 부분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푸틴의 집권이 러시아 경제 개혁을 오히려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정부 예산 수입의 상당 부분을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푸틴이 사용하는 경제정책의 근간이 에너지 수출에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석유 생산은 향후 10년간 더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심각한 무역적자와 재정난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에너지 제국'차르'꿈꾸나=지난 2006년 겨울 그루지아 국민들은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푸틴에 대해 '가스 푸틴'이라는 별명을 부르며 조롱을 일삼았다. 가스관 폭발사고를 이유로 가스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가스 푸틴'이라는 별명에는 푸틴 대통령이 천연가스를 무기로 삼아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려 한다는 비난의 뜻이 담겨 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처럼 '탈(脫)러시아ㆍ친(親)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대해서도 가스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러시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제국' 러시아의 새로운 차르(황제)가 되겠다는 푸틴의 야망이 내년 대통령 선거 당선 이후에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달 초 발트해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독일로 연결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을 공식 개통해 에너지 무기화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 프로젝트는 푸틴 총리가 대통령 재직 시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에너지 수출 전략 중 하나다. 푸틴의 에너지 제국 건설의 선봉장에는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이 있다.가스프롬이 노르트스트림 개통의 중심에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푸틴=가스프롬'으로 정의한다. 푸틴은 가스프롬을 통해 가스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러시아산 가스 수입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 주간지 프로필은 "가스프롬은 푸틴의 주요한 무기"라며 가스프롬의 위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러시아판 유로존'에 힘실린다=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위기로 휘청거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옛 소련이 무너진 지역에서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러시아판 유로존' 창설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푸틴이 있다. 푸틴은 옛 소련 국가들과 함께 유럽연합(EU)과 비슷한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동맹을 2013년까지는 '유라시아 경제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회원국에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우크라이나 등도 참여시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푸틴 총리는 "단일통화 도입과 유라시아 경제동맹으로의 발전 논의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옛 소련 붕괴 후 처음으로 경제관계를 회복하는 실질적 첫 단계가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푸틴 총리가 이처럼 '유라시안 경제동맹' 구축에 적극 나서는 데는 몇 가지 노림수가 있다. 먼저 옛 소련 지역의 공동경제구역을 창설해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회담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또 내년 3월 대선에서 '소련의 재건'이라는 국민적 향수를 자극해 입지를 다질 수 있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 차단, 중앙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견제 등 세 가지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푸틴에게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두 중요하다. IHS 글로벌인사이트 애널리스트인 릴리트 게보걍은 "푸틴이 내년 대선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구 소련 지역의 유라시아 경제공동체 결성은 점점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제 사회에서 푸틴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기업정책 속도붙을듯=푸틴이 현대화라는 과제와 함께 국제사회의 시선을 잘 알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러시아 투자은행 트로이카 디알로그의 크리스 위퍼 수석전략가는 "푸틴이 대단히 친기업적이고 친개혁적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푸틴의 행보에서도 이 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그룹인 미국 엑손모빌과 북극해 원유ㆍ가스 개발사업 제휴는 단적인 예다. 뉴욕타임즈 등 미국 언론은 이번 계약이 미국과 러시아 기업간 체결된 계약들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했다. 양국이 에너지 분야에서 상당기간 밀월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글리프 쿠프찬 유라시아그룹 이사는 "3년 전 만해도 러시아 에너지사업에서 미국은 철저히 배제됐었다"며 "양국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성공적으로 체결한 이후 에너지 쪽으로 협력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데 푸틴 총리의 정치적 입김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독일을 찾은 푸틴 총리는 러시아와 EU가 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가 유럽 대륙에서 새로운 산업화의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공급 분야에서 푸틴 총리는 '활발한 거래'를 촉구했다. 월러스틴 미국 예일대 석좌교수는 "푸틴 총리가 유럽으로 에너지를 수출하는 입장에 머물기 보다는 러시아가 전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산업화의 물결에 대해 말한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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