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모럴헤저드에 빠진 美 주택정책

미국 주택시장이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다.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했고 주거용 주택 중 22.5%가 깡통주택이다. 은행의 주택압류 건수는 가파르게 치솟고 주택 가격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무엇인가. 바로 '고통을 연장'하는 것이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깡통주택' 보유자들이 갚지 못하는 모기지 대출 원리금(약 200억달러)을 미 대형은행들이 대신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한 마디로 모기지 압류 소동을 잠재우기 위해 뱅크오브아메리카ㆍ웰스파고와 같은 대형은행으로부터 돈을 갈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혁안은 실패한 것으로 판명난 모기지 대출조정프로그램(HAMP) 2탄에 불과하다. 지난 2009년 도입된 HAMP를 통해 집주인들은 집을 지킬 수 있었지만 은행들은 진흙탕에 빠졌고 압류 절차는 중단됐으며 모기지담보부증권을 구입한 몇몇 투자자들은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네일 바로프스키 부실자산프로그램(TARP) 특별감독관은 "HAMP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번 개혁안 중심에는 엘리자베스 워런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특별보좌관이 자리잡고 있다. 미 대형들에 200억달러 철퇴를 가한 것은 그의 작품이다. 그는 미 대형 은행들이 국민들에게 대출금을 뿌려 2012년 대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한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이번 개혁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그는 지난해 10월 PBS 대담 프로그램 '찰리 로즈'에 출연해 능력 밖의 집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모럴 해저드를 막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은 가이트너 장관의 말을 전면 뒤집은 것이 아닌가. 미국인들은 이제 정부가 내놓는 부양책이 주택 시장 회복 시기를 더 늦춘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현 정부는 집주인들에게 부동산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만 심어줬다. 얼마 전 희소식이 의회에서 들려왔다. 미 하원이 HAMP 폐지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가이트너 장관은 1일 "HAMP를 폐지하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겁을 줬다. 우리는 가이트너 장관에게 은행 손실을 부추기고 주택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려는 워렌 보좌관을 비롯한 백악관 인사들과 치열한 논쟁을 벌이도록 정치적 에너지를 장전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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