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덱시아銀 살리기… 유로존 재정위기 탈출 '시험무대'

유럽은행·유로존 구조조정 속도·방식 가늠자 될듯<br>佛-벨기에 배드뱅크 설립 통해 부실자산 매각 나서<br>"파산은행 살릴 구체적 기구·제도 나와야 시장 안정"


"발등에 불 떨어진 덱시아(Dexia), 유로존 위기 해법 단초냐 붕괴의 서막이냐."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럽 주요은행 가운데 하나인 덱시아가 사실상 첫 지급불능 사태에 빠졌다. 프랑스와 벨기에가 합작해 설립한 은행인 덱시아는 결국 양국 정부가 나서서 지급보증을 서기로 결정했다. 덱시아는 프랑스의 지방정부에 대한 주요한 금융조달원이자, 그리스 부채위기에 가장 많이 노출된 유럽 은행 중 하나였다. 최근 재정위기로 지방정부에 빌려준 채권들이 부실화되자, 이 은행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재정위기를 핵심으로 하는 유럽 부채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 '시험무대'=덱시아의 처리과정이 관심을 끄는 것은 앞으로 유럽 은행권과 유로존의 구조조정 속도와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테스트 베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벨기에 양국이 선택한 방법은 배드뱅크 설치를 통해 부실자산을 매각하고 우량자산에는 자금을 투입해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현재 유럽연합(EU)이 추진중인 유럽재정안전기금(EFSF)의 재정확대를 통한 '배드뱅크'방안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기금을 확충한 EFSF가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의 채권을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해 재정위기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벨기에 당국이 배드뱅크 설치를 공식 승인했다"며 "그 규모가 최대 2,00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국은 부실자산 가운데 하나인 터키의 데니츠뱅크 등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는 한편 덱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지방자치단체 대출채권을 우체국금융인 라방크 포스탈과 공탁소에 매각할 예정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벨기에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강등 우려가 제기된 국가들이 개입돼 있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네덜란드 케플레 캐피탈의 브노와 페트라케 애널리스트는 "덱시아는 매우 복잡한 경우"라며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 강등 압력에 처한 국가들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 리스크 관리에 달렸다= 덱시아를 비롯해 유럽은행들을 살리기 위한 필수 조건은 은행권을 보호할 유로존 차원의 안전장치다. 금융시스템에 위기가 미치는 것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차원에서 개별 은행 파산에 개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구와 제도가 나와야 시장이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과도한 '레버리지'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빚 내서 수익을 올리는 '레버리지' 때문에 미국 은행들은 지난 2008년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도이치방크의 레버리지 비율은 7%. BNP파리바의 레버리지 비율은 5배가 넘는 37%에 이른다. 그리스에 이어 디폴트 위기에 닥친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는 무려 75%에 이른다. 이 같은 레버리지는 은행수익에도 압력을 가하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요제프 아커만 최고경영자(CEO)는 "심화된 유럽 위기와 확대된 레버리지로 유럽내 은행들이 순익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올해 순익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유동성 위험과 안정성 평가의 핵심은 예대율(예금과 대출의 비율)이다. 국내 은행에도 한때 예대율이 130%를 넘으며 시장성 수신의존도가 높아져 조달비용 상승과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경험한 적이 있다. 프랑스 은행들의 예대율은 2·4분기 현재 120%를 넘어서고 있다. 예금으로 메울 수 없는 부족한 재원들은 '환매조건부채권매매(Repo)'를 중심으로 단기자금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안 그래도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자금시장에 의존하다 보면 재정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와야 한다. BNP파리바의 경우 3개월 차입금 가운데 61%가 3개월 이내 만기인 단기 자금이다. 1년 이내 만기를 합치면 71%에 이른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이나 소시에떼제네랄 등 프랑스 내 주요은행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과거 리먼 사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권에 대한 철저한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등을 통해 위험 요소를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