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실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전반적인 수출전망은 어둡다. 무엇보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로 불어닥칠 2차 엔저 후폭풍은 수출기업들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조치가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원자재 가격에 따른 신흥국 부진도 만만치 않은 악재다. 이 같은 5중고를 뚫지 않고서는 수출 한국호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엔저·신흥국 부진 타격 클 듯=실제로 통관 기준이 아닌 국제수지 기준으로 보면 우리 수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내놓은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수출이 전기 대비 2.6% 감소해 지난해 3·4분기(-1.1%)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그 폭도 2008년 4·4분기(-4.3%) 이후 가장 컸다.
가장 큰 악재는 역시 엔저다. 미국의 양적완화(QE) 종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당장은 엔저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모양새지만 일본이 2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추가로 시장에 풀면 수출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국제무역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일 수출기업 216곳 중 92.6%가 엔저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수출 단가를 내리지 않았던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수출가격을 내리면 설상가상이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수입업체들은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일본 제품 가격이 조금씩 내려감에도 중일관계 악화로 일본 제품보다 우리 제품을 써왔다"며 "그러나 2012년부터 누려온 중일관계 악화의 반사이익이 소멸하고 있어 엔저로 수입선을 일본으로 바꿀 공산이 높다"고 지적했다.
◇샤오미 쇼크…ITC 급감=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흐름마저 바뀌고 있다. 중국의 올해 3·4분기 GDP 성장률이 7.3%로 금융위기 이후 5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부품 소재와 같은 중간재 수출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도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폭발적인 제조업 기술의 성장은 수출 한국에 최대 위협요인이다. 샤오미 쇼크에 따른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은 단적인 사례다. 원화 베이스 수출이 마이너스인 것도 사오미 같은 중국 정보기술(IT) 제품의 한국산 수입대체효과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10월 수출에서도 무선통신기기는 전년 대비 16.3% 감소했다. 23% 줄어든 가전제품에 이어 두번째로 하락폭이 크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신흥국 부진 역시 변수다. 오세환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앞으로 선진국보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촉발되는 신흥국 쇼크가 더 클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신흥국의 건설·철강 등의 수입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산 무역규제 '급증', 해법은 '혁신'=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이프가드·반덤핑·상계관세와 같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규제가 최근 부쩍 늘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북미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6건에 불과하다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12건으로 증가했고 유럽연합(EU)도 10년 동안 3건에서 최근 4년간 6건으로 늘었다. 전세계 반덤핑조치 현황만 봐도 보호무역주의 추세 강화를 알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한국 제품 대상 반덤핑조치 횟수는 2007년 6건에서 2012년 10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7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전략에서 벗어나 서비스나 IT 기반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등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양자 간, 다자간 통상협력 체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출이 위축되는 상황이 분명한 만큼 기업들은 이제 신시장을 개척하고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기존과 다른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고 꼬집었고 국책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원은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수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