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주년을 맞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한 일중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도시 등 각종 개발정책으로 전국의 부동산 시장을 들쑤셔 놓았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역대 정권과 달리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균형발전을 추구하며 근본적인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는 상반된견해도 있다.
◇3년간의 시장 동향 =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참여정부가 등장한 2003년부터작년까지 전국의 연평균 집값 상승률은 3.16%다.
수치상으로는 국민의 정부 마지막 2년간 상승률 9.9%, 16.4%에 비해 비교할 수없을 만큼 안정적인 흐름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참여정부 출범 직전인 2003년초에 비해 19.1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송파구로 46.53%였으며 강남구(35.25%), 서초구(31.88%),강동구(34.59%), 양천구(28.54%), 영등포구(27.52%) 등의 상승률도 높았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신도시의 상승률은 28.30%에 달했다. 충남(31.93%), 대전(26.97%), 대구(19.81%), 경기(15.08%) 등도 많이 값이 뛰었다.
실제 강남의 4억-5억하던 중소형은 7억-10억원으로, 6억-8억원이던 중대형은 10억-14억원이 됐다. 최근 입주중인 도곡동 렉슬 43평 B형의 평균 매매가가 15억8천500만원으로 2003년 최초 분양가(7억8천528만원)에 비해 무려 7억9천972만원나 오른것이 단적인 예다.
땅값은 더욱 심각했다. 참여정부 3년간 전국 땅값 변동률은 2003년 3.43%, 2004년 3.86%, 2005년 4.98%로 해가 갈수록 상승폭이 컸다. 3년간의 상승률은 12.27%로국민의 정부(0.31%), 문민정부(-6.14%) 5년과 비교가 됐다.
정부가 연이어 내놓은 행정.혁신.기업도시 등 개발 프로젝트가 해당지역과 주변지역의 땅값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행정도시가 건설될 충남지역의 땅값이 3년간 24.78%나 오른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경기(16.32%), 서울(15.88%), 대전(14.52%), 인천(11.75%), 충북(11.39%) 등의상승률도 두드러졌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최근 건교부 자료를 분석해 참여정부 출범 당시 1천354조5천억원이었던 전국 땅값이 작년에는 2천176조2천억원으로 821조원(60.7%)이나 올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정책 흐름 =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최우선 정책추진 과제중 하나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표방, 외환위기 이후 반복된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진맥진한 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시장 안정을 위해 쏟아낸 부동산 관련 대책만 30여가지가 넘고 작년에는 8.31종합대책이라는 사상 초유의 선물세트까지 내놓았다.
1가구 양도세 중과,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시행 등을 골자로 한 10.29대책과 판교신도시 11월 일괄분양, 2종주거지역 층고제한, 초고층 재건축 불허 등이 담긴 2.17대책, 1가구 2주택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보유세 단계별강화, 기반시설 부담금제를 내용으로 한 5.17대책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파를 던진 10.29 대책을 제외하고는 한달을 넘기지못하고 시장 흐름을 되돌리는데 실패했다.
특정지역, 특정사업에 대한 투기대책은 `풍선효과'로 이어져 근본적인 해결책이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참여정부는 작년 6월 그간의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뒤두달여간 당.정.청이 머리를 맞댄 끝에 ▲종합부동산세 기준점 6억원 초과 인하 ▲재산세 과표적용률 상향조정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송파신도시 건설 ▲공공택지공급 확대 ▲원가연동제 확대 ▲개발부담금 재부과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부활 등을 골자로 한 8.31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안정세에 접어들던 시장은 서울시의 용적률 및 층고제한 완화 움직임이가시화되자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급등세가 다시 연출, 이달초에는 `재건축정책 재검토'라는 또다른 카드를 꺼내들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재건축 개발부담금 도입, 관련 승인권한의 재조정, 분양가조정, 재건축 총량제 등을 골자로 한 재건축 대책을 숙의중이며 내달말까지 밑그림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평가 =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규제로 일관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 교수는 "주택문제의 본질은 높은 수준의 주택수요에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데 정부는 이 수요를 억제하는데만 힘을 썼다"면서 시장 기본원리를 수용하는 쪽으로 정부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박사도 "정부가 시장을 외면한 채 각종 대책만 쏟아놓는 것은 오히려 투기세력의 내성만 키울 뿐"이라며 "정부는 중장기적인 목표를세워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별적으로 이를 활용한 뒤 나머지는 시장의 흐름에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다른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 투기성 이익을 줄이는데초점을 맞춘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에 높은 점수를 줬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박사는 "참여정부는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낮춤으로써 사회적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각종 거래 투명화방안을 도입했다"며"시장 안정을 위한 장기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전체적으로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