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내 조선업 2위인 가와사키중공업과 5위 미쓰이조선이 합병 협상을 진행하는 등 일본 조선업체들이 최근 합병 및 공동 출자 등을 통해 한국 조선사처럼 대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과 미쓰이조선이 합병할 경우 연결 매출 2조엔(22조 4,660억원) 규모의 대형 중공업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액(25조 55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엔화 약세와 경기 회복이 이어지는 것을 틈타 조선과 해양플랜트 등 분야에서 기술협력 체제를 갖추고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도 다음 달 1일 자본금 5,000만엔을 공동 출자해 ‘MI LNG’를 설립한다. 수요가 늘고 있는 고부가가치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 공략을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일본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건조능력 세계 4위의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탄생했다. JMU는 3월까지 88척, 21억 2,200만 CGT(수정 환산톤수·Compensated Gross Tonnage)의 선박을 수주, 단숨에 세계 9위 조선사로 뛰어올랐다.
한국과는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영역이 적어 엔저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던 조선업종으로선 글로벌 불황에 이은 일본 조선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또 다른 악재로 꼽힐 만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는 선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벌크선, 중형 선박 등에서 대립하는 영역이 있기도 했지만 사실상 LNG선, 드릴십, 해양플랜트는 한국의 아성이었다. 그런데 일본 조선사들이 최근 이 영역에서 본격 공세를 취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일본 조선사의 선박 수주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일본선박수출협회(JSEA)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이 수주한 선박은 49척으로 전월(5척) 대비 10배 정도 증가했다.
이는 엔화 약세에 위안화 강세로 중국 조선소와 일본 조선소의 신조 선가가 10∼15%로 줄어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선·해운 전문조사기관인 영국의 클락슨 리포트를 살펴봐도 지난해 2,950만 DWT(재화중량 톤수·deadweight tons) 규모의 선박을 인도했던 일본 조선사들은 올해는 2,900만 DWT, 내년에는 2,130만 DWT로 감소폭을 최소화했다.
한국 조선사의 인도물량은 2012년 4,850만 DWT에서 2013년 3,560만 DWT, 2014년 2,320만 DWT로 급감 추세이다.
더불어 일본 정부가 조선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기관이 선가의 최대 80%를 1%의 저리로 지원토록 하고 있는 점도 일본 조선사들이 최근 맹위를 떨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간 일본 조선사는 높은 인건비에 엔고까지 겹치면서 한국, 중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뒤처졌으나 최근 엔화 약세와 정부 지원책을 기회로 한국 조선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