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평 실내공간에 70여 개의 달이 떴다. 독학으로 백자와 청자를 구워온 도예가 양구(40) 씨가 흙 만진 지 20주년을 기념하며 그간 제작해 온 달 항아리 70점과 소품 30여점 등 백자 100여점을 서울갤러리에서 19일부터 전시한다. 전시장에는 어른 주먹 크기의 단지부터 장독크기의 달 항아리까지 각양각색의 백자단지가 놓여있다. 조선시대의 달 항아리를 재현한 작품은 자주 소개됐지만, 70여개의 달 항아리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전시에는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달 항아리의 변천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조선 전기의 항아리는 흰색 몸체가 둥글고 굽이 높은 편이며, 입이 밖으로 벌어지고 작은 편이다. 중기는 둥글고 풍만하고, 후기로 갈수록 타원형의 형태가 많고 푸른 색이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송대용 씨의 한시 '백두산'을 양각으로 새긴 달 항아리(지름 56㎝x높이 56㎝). 올 초부터 작업을 시작해 30여 개를 제작한 결과 지금까지 유일하게 한 점을 건졌다는 이 작품은 조형미가 아름답고 한시의 필체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달 항아리 전시를 고집한 이유를 묻자 작가는 "우리나라 대표 자기로 청자와 백자가 있는 데, 달 항아리는 백자 중에서도 최고의 명품"이라며 "둥글고 투박한 듯 하면서도 푸근한 자태가 한국인의 심성을 그대로 담고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24일까지 계속된다. (02)733-4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