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아이들에게 시를 재단하는 법을 가르치는 책을 찢어버리라고 주문한다. 책을 찢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시와 사물을, 나아가 삶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된다. 평생을 가도 잊혀지지 않고 삶에 영향을 끼치는 수업은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다.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말이다. 김용택ㆍ양귀자ㆍ이명란ㆍ도종환 등 18명의 시인과 소설가가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은 '수업'을 주제로 글을 모았다. 아이들에게 놀림 받던 아이를 구제해 준 선생님 덕에 '관심'을 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부터 '나만의 관점'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아이가 늘 구박만 받다가 뒤늦게 한 선생님으로부터 인정 받아 화가의 꿈을 키우게 됐다는 이야기까지. 학창시절 한번쯤 겪어보았을 일들이 문인 18명의 글로 다채롭게 표현됐다. 소설가 이순원은 영어사전 '콘사이스'를 늘 들고 다녔다. 서울로 전학을 가자 아이들에게 뽐낼 것이 이것 밖에 없었기 때문. 어느 날 '우리나라 문교부장관이 누군지 아느냐?'는 국어 선생님의 질문에 '문교부장관은 검정필'이라고 대답해 반 전체의 웃음거리가 된 그는 더 이상 콘 사이스를 들고 다니지 않았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또 소설가 김종광은 '검투사'와 '검사조'로 나뉘어 문제를 풀고, 친구의 답을 검사해야 했던 수학시간을 잊혀지지 않는 '수업'으로 소개한다. 이 밖에 시인 권태현은 중학교 때 우습게만 여겨졌던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날 갑자기 큰 가르침으로 다가왔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시인 김용택은 책 장수가 들고온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이 문학의 세계로 향하게 된 계기였다고 전한다. 1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