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성있게 두고 있다 시에허가 전투형 기사들에게 강한 것은 그가 전투에 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평소에 전투형 기사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가 능한 부분은 받아치기 항목이다. 그는 먼저 전투를 벌이지 않고 상대방이 거칠게 싸우도록 교묘히 유도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허점을 가차없이 찔러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형 기사들은 시에허와 싸우면서도 어쩐지 찜찜하다. 백28은 일단 이렇게 가고싶은 자리. 29로 뛰었을 때 백30으로 재빨리 활용한 것은 상대방의 집모양을 미리 없애는 요령이다. 이세돌은 31로 받기에 앞서 3분쯤 뜸을 들였다. 참고도1의 흑1로 하나 젖혀놓고 흑3으로 씌우는 수를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백4로 넘으면 흑5로 크게 씌워가는 자세가 아주 그럴듯하다. 우주류 다케미야9단 같으면 무조건 이렇게 둘 것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그 코스가 다소 헤프다고 생각했는지 실전보의 흑31로 받아주었다. 백32는 좌상귀 일대에 입체적인 진영을 만들겠다는 수. 그러나 흑33으로 봉쇄하는 것이 흑으로서는 기분좋다. 백34는 시에허류. 마치 ‘글쎄요. 봉쇄가 과연 기분좋은 것인가요’ 하고 야유라도 하는 것 같다. “축이 안 된다는 것이 백의 자랑이지요. 하지만 흑도 못 싸울 이유는 없어요.”(김주호9단) 김주호는 참고도2의 흑2 이하 8로 싸우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세돌은 흑37로 몰고 39로 버티는 길을 선택했다. “이세돌이 아주 조심성있게 두고 있어요. 상대방을 상당히 존중하고 있는 인상입니다.”(김주호) /노승일·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