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마음' 진정한 의미는 뭘까 …

■ 동양적 마음의 탄생

문석윤 지음, 글항아리 펴냄

심장 형상화한 '心'의 기원서 현대까지 3,000년 이어온 철학적 논쟁 되짚어

'도덕적 능력 가진 몸' 大體라 부르고 능동적 활동 주체 '氣'로 해석하기도

율곡 이이가 눈 오는 세밑 어느 날 소를 타고 절을 찾아간 것을 그린 겸재 정선의 '사문탈사(寺門脫蓑)'. 이통기국설(理通氣局說)을 확립한 율곡은 심(心)은 기(氣)이며, 심은 성(性)을 실현하고 실천하는 주체라 했다. /사진제공=글항아리

고려 팔만대장경의 경판 8만1,258장에 새긴 약 5,200만 자를 압축하는 단 하나의 단어는 마음 심(心)이다. 합천 해인사의 향록스님이 남긴 말씀이다. 구구절절하고 방대한 분량의 불경까지도 함축하는 '마음'이라는 것은, 이처럼 종교적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역사를 관통하며 철학을 이루는 토대가 되어 왔다.

한국국학진흥원이 기획한 이 책은 동아시아 전통에서 '마음'에 해당하는 '심'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가를 고전, 원전에 기반해 되짚어 보고 있다. 나아가 고대 갑골문부터 불교, 성리학, 조선 후기 실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심'이 무엇인지를 통해 오늘날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살펴봤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 기록인 갑골문에는 '심'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심장을 형상화한 것으로 처음 등장했다. 후한(後漢)시대 허신(許愼·약30~124년 혹은 약 58~147년)이 쓴 사전인 '설문해자'에는 심(心)을 "인간의 심장이다. 흙(土)의 장기로서 신체 중앙에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박사설(博士說)에서는 그것(심장)을 불(火)의 장기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심장을 불의 장기로 보는 것에 관해 저자는 붉의 밝음과 관련해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사유하는 '내적 사유 기관'임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렇듯 일찍이 '심'은 심장이라는 원래 의미 외에도 '마음'을 뜻해 왔다. 이후 전국시대를 거쳐 한대에 이르러서는 음양오행론의 체계 속에서 자연주의적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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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의의에 대해 강조한 최초의 철학자는 맹자(孟子)였는데, 사유하는 마음으로서의 심을 강조한 그는 '도덕적 능력을 가진 큰 몸'이라는 의미에서 심을 '대체(大體)'라고도 불렀다. 또한 순자(筍子)는 심을 "몸(形)의 군주요, 신명(神明)의 주인"으로 보고 몸에 대한 심의 지배력을 더욱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불교에서는 심을 자연과 인간 등 세계를 아우르는 근원적 개념으로 제시했고, 주희(朱熹·1130~1200)는 심을 기(氣)라고 해 능동적 활동 주체로 보았으며, 왕수인(王守仁·1472~1528)은 본심으로서의 마음은 기질로부터 자유로운 이(理)라고 풀이했다.

마음에 대한 논쟁은 우리나라로 넘어와 조선 성리학과 호락논쟁(湖洛論爭,인성과 물성이 같은가에 대한 조선후기 성리학 논쟁), 조선 후기 새로운 인간상에 도달한 심학(心學) 등에서도 끝없이 쟁점이 됐다. 특히 실학에서는 마음에 대한 좀더 진전된 시각을 보여준다. 실학자들의 심학은 한편으로는 퇴계 이래 조선 성리학의 전통 위에 구축된 것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테오 리치를 필두로 17세기 동아시아에 소개된 서구의 종교적이고 학술적인 세계·인간 이해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성호는 심에 혈기지심(血氣之心)과 신명지심(神明之心)이 있다고 구분하면서 심의 고유성을 신명지심에 두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조선 고유의 심학에 있어 이론상의 독자적인 진전을 이뤘으며, 서학의 혼삼품설(魂三稟說)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서 그것과 전통적인 심장 위주의 이론의 절충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을 시도한다. 이처럼 '마음'에 대한 성찰은 '심' 자가 처음 등장한 3,000여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철학자인 저자는 '마음'에 대해 "자연의 한계 속에서, 우리를 결정 지우는 요소들 가운데서 마음이 탄생했고, 그런 제약들과 끊임없이 관계할 수밖에 없다"며 "자연을 초월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또한 넘어서려 애쓰는 긴장관계에서 포착되는 것이 마음이고, 마음은 그런 것들을 추진하는 주체적인 것이기에 우리가 인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결국 마음"이라고 정리했다.마음이 자아이고 그것이 곧 인간 그 자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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